Jane의 여행 일기장
인도네시아[D67~68,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페니다섬] 판타스틱 비치, 하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곳, Kelingking Beach 본문
인도네시아[D67~68,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페니다섬] 판타스틱 비치, 하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곳, Kelingking Beach
JaneRyu 2019. 3. 29. 15:214.1.~4.2.
[발리 누사페니다섬 정보]
-Kelingking Beach :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체력이 약한 사람은 절대 내려가지 말 것.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가파르고 올라올 때는 땡볕에 너무 힘들어서 탈진할 수 있음. 물과 간식을 충분히 가져갈 것. 오전 일찍 해가 덜 뜨거울 때 갈 것을 추천.
오늘은 페니다 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에 갔다. 켈링킹 해변. 해변에 지형이 잘룩하게 튀어나와 있고 그 밑은 깨끗한 모래 해변이 있는 곳. 아마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온 그리스 해변과 비슷한 곳이 가까운 인도네시아에 있다.
가는 길은 브로큰 비치보다 훨씬 수월했다. 도착하니 유명한 만큼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봤자 발리나 다른 관광지보다 여유로운 곳이 이 섬이다. 절벽 위에서는 벌써 사람들이 줄 서서 포토포인트에서 사진을 촬영 중이였다. 사진으로 본 것처럼 대단했다! 이 섬은 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지형이 많을까 싶었는데 가는 길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잘 부서지고 물에 잘 녹는 석고 비슷한 지형이라 이 흙을 파내는 채석장이 많았다. 이렇게 무른 흙이라 센 조류의 파도에 땅이 깎여서 구멍이 나고 시크릿 해변이 많이 형성 된 것 같다. 이 곳도 한 쪽으로 툭 튀어나온 곳과 그 안쪽으로 모래 해변이 형성돼 있었다. 이 곳이 더 유명한 이유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아름다운 해변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망설일 것도 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렇게 힘들지 않게 내려갔다. 뭐 이정도로 힘들다고 했을까 싶었는데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허술한 나무 난간에 의지해서 가야한다. 그래도 내려가면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힘들 사이 없이 내려갔다. 내려가자 마주한 세찬 파도와 하얀색에 가까운 모래사장이 정말 아름다웠다. 안타까운 것은 파도가 너무 세서 누구도 쉽게 수영을 못한다는 점. 그저 파도 끄트머리에 앉아서 바라보는 정도다.
그 험난한 곳에서 음료를 파는 상인이 몇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센 파도가 해변 끝까지 들어오는 것을 미처 못 보고 음료를 담은 통을 째로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절반은 건졌지만 절반은 그대로 바다 속으로 잠기고 말았다. 그 가파른 계단을 힘들게 들고 오르내렸을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까웠다.
점심 때가 되가니 배도 고프고 수영도 못하니 다음 코스로 가자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아침 식사로 팬케익 한 판 먹은게 다인데 땡볕에 절벽을 암벽타기 수준으로 오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나는 오르는 초반부터 어질어질 했는데 갈수록 아무리 중간중간 쉬어도 나아지질 않았다. 제작년에 감기약을 먹고 더운 날 지리산 등산을 했다가 어지러워서 식겁을 했었는데 그 때보다 더 심했다. 더 겁이 났던 건 길이 절벽이라 혹시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현기증에 한 발짝만 삐끗해도 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남편은 내가 걱정돼서 계속 ‘조금만 힘들어도 그냥 앉아서 쉬어.’ ‘조금만 가면 돼’, ‘할 수 있어’를 반복하고 앉을 때마다 우산을 씌워주며 몸이 넘어가지 않게 받쳐줬다. 미안하면서도 든든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몇 해 전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일을 해주었고 부부애가 어떤 것인지 새로이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진정한 부부애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후로도 어려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지만 절망하지 않고 씩씩하게 극복해내는 남편이 고마웠다. 앞으로도 더 힘든 일이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나를 북돋워 줄 것을 믿는다.
이 날도 남편이 우산을 받쳐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계속 으싸으싸 해주지 않았다면 혼자 올라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나중엔 남편도 더위를 탔는지 많이 힘들어했다. 겨우겨우 다 올라왔을 때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다. 살았구나. 하나터면 응급차를 부를 뻔했는데... 올라모자마자 남편은 나를 그늘에 앉혀두고 찬 물을 사왔다. 자기도 힘들었을텐데 잠시 쉬지도 않고 내가 탈진할까 언덕을 또 올라 갔다 뛰어 내려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온 몸이 땀과 흙먼지로 말이 아니였다. 내려가던 사람들이 불쌍했는지 물을 동냥해줬는데 이유를 알겠다.
그래도 제대로 사진 한 장 더 찍고 가자니까 남편이 눈을 흘긴다. ㅋㅋ 죽다 살아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진찍을 생각부터 하니... ㅋㅋ 컵라면으로 우선 체력을 보충한 후,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체력 보충 겸 상으로 남편에게 맛난 걸 사주며 말했다. “자기야~ 고마워~ 오늘 진짜 고생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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