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66,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페니다섬] 자연을 느끼다, 체험다이빙 본문

세계여행/인도네시아

[D66,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페니다섬] 자연을 느끼다, 체험다이빙

JaneRyu 2019. 3. 29. 15:12

3.31.
[발리 누사페니다섬 스쿠버다이빙 정보]
-'누사페니다섬 정보' 포스팅 참고
     
예약하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음에 좀 더 저렴한 곳에서 할까 아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여행 초반에 하고 싶은 걸 해버릴까.. 현지인 다이빙센터에서 할까, 아님 비싸지만 외국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할까... 돈에 구속받지 말자고 떠난 여행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잠깐씩 떠나는 여행에서는 오히려 돈이 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돌아가 다시 매꿔 넣으면 되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주의였는데. 정해진 돈으로 최대한 오래,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는 장기 여행이니 오히려 더 경비를 생각 안할 수가 없다. 잃어버린 돈은 어쩔 수 없다고 마음을 달래면 되는데  온전히 내 선택에 달려 있을 땐 달라진다. 하고 싶은 것과 경비 사이를 계속 저울질 해야하니 더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 이번엔 돈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해버리기로 했다. 남편은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혼자 가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구경도 혼자 하면 감흥이 줄어드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다.

다이빙 센터 앞 비치

바도 겸하고 있어서 하루 놀기 좋다

센터에 도착해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강사에게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다. 생각보다 가까운 바다에서 이루어졌다. 별로 무섭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막상 물 속에 들어갈 순간이 되니 약간 걱정이 됐다. 귀가 약한 편이라 수압을 견디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처음엔 물 속에서 숨을 잘 쉬는 법, 수경에 물이 들어갔을 때 빼는 요령, 수압에 귀를 적응시키는 요령 등등 몇 가지 연습을 하고 조금씩 조금씩 깊이를 낮춰 내려갔다. 수경에 들어간 물을 빼는 법을 연습할 때 요령이 부족해서 반복한 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드디어 물 속 적응이 끝나고 밧줄을 놓고 다이빙을 시작했다.

장비 챙기는 중

카리문자와에서 스노쿨링을 해봐서 인도네시아 바다 속 아름다움은 알고 있었지만 그때와는 깊이가 달라지니 보이는 산호초와 물고기 종류도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처음엔 눈 앞의 시야의 작은 물고기들과 눈에 익은 산호초들이 보였는데 점점 깊어지고 숨쉬기에 적응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보였다. 물 속은 정말 다른 세상이였다! 그냥 한마디로 그들만의 세상이였다.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답고 전혀 다른 세상!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물고기들은 조류를 타고 유유히 내 옆을 지나고 산호초와 해조류 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거나 떼를 지어 다니며 육지 말로 산책을 하는 것 같았다. 길쭉한 물고기와 알록달록 줄무늬 물고기, 복어, 물장어, 도미처럼 생긴 물고기 등등 셀 수도 없는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사가 손짓을 했는데 돌아보니 거북이였다. 내 바로 옆에서 헤엄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이 날 본 거북이만 해도 다섯 마리는 됐던 것 같다.

출발 직전. 다이빙 사진이 없는게 안타깝다.

어느 정도 깊어지니 떼로 다니는 물고기들을 만났는데 반짝반짝 은빛과 푸른빛 비늘이 빛을 반사시켜 너무 예뻤다. 이런 물고기도 다 있나 싶었는데 문득, 아! 저게 고등어구나! 깨달았다. 물 속에선 저렇게 아름답고 신비한 생명인데 물 밖에선 그저 ‘등푸른 생선’으로만 불리는 값싼 ‘고등어’라니... 눈 앞만 쳐다보며 수영을 하다가 문득 시선을 위쪽으로 옮겼는데 난 꽤 물 속 깊이 있었고 내 머리 위 넓게 퍼져 수영하는 수 백마리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아래로는 아름다운 산호초들이 해류에 하늘하늘 흔들리며 물고기와 함께 춤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육지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익숙한 것들의 조합인데 물 속은... 물 속은 그냥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스페인 강사에게 기초교육 받는 중

막 재미있어질 찰나 강사가 1시간이 돼서 올라가야 한단다. 배 위로 올라오니 물 속에선 그렇게 가벼웠던 몸이 천근만근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자리를 옮겨 두 번째 다이빙이 시작됐다. 이번엔 절벽처럼 깊어지는 구간과 산호군락이 평평하게 퍼져 있는 곳을 들어갔다. 두 번째가 되니 간사하게도 낯익은 물고기는 이제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 쯤 대형 물고기들이 나타났다. 도미처럼 생겼는데 대형 수박보다 큰 크기였다. 후에도 폭은 납작한데 옆에서 보면 마름모 모양의 줄무늬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걸 보았다.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다니는 건 봤는데 이렇게 큰 물고기들이 떼로 다니니까 더 신기했다. 머리 위로는 갈치 한 마리가 지나가기도 하고 대형 복어가 따라 오라는 듯 내 앞을 계속 헤엄쳐 갔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산호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나뭇가지처럼 생긴 산호초가 넓게 퍼져서 마치 광활한 숲을 위에서 쳐다보는 듯 했다. 그 위를 작고 큰 물고기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듯 함께 유영하며 지나가니 마치 나를 안내하는 것 같았다.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그냥 가던 길을 가던가 먹이를 먹었다. 다이빙을 하는 내내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온전히 이들의 세계이고 인간은 그저 잠시 들리는 손님 같은 존재라는 것. 뭘 이렇게 거창하게 수식하는가 싶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생각이 내내 들었다. 내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 다이빙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발에 힘이 떨어질 때쯤 다이빙은 끝이 났다. 물 밖으로 나오니 기진맥진해서 밥맛도 없을 정도였지만 마음은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내가 본 것들이 무엇이였는지 느낌만 있을 뿐 금방 잊어버렸다. 영상으로 찍어서 계속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도 너무 흥분해서 본 것을 기억에 담기도 전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보니 오래 기억되지 않나보다. 이런 얘기들을 남편에게 해본들 보지 않은 이에게는 그저 책 속의 문장 같은 느낌일 것 같아서 길게 얘기하지 못했다.

물 속 고기떼도 비치는 투명한 바다를 가진 섬

이로써 내 버킷 리스트 하나가 또 채워졌다. 세계여행 중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스쿠버 다이빙이였고 또 하나는 스카이 다이빙이다. 둘 다 남편은 질색을 해서 나혼자 해야하는데 감동을 함께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스카이 다이빙은 어떤 기분일지 벌써 설렌다. 오늘은 정말 감동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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