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43~45, 인도네시아, 카리문자와] 고프로 실종사건 본문
[카리문자와 정보]
- 날씨 : 우기라고 해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진 않는다. 오전에 한 시간 내리면 오후는 게거나 오전에 비가 안 오면 오후에 한 시간 정도 내린다. 3일에 한 번 정도는 반나절 내내 비가 내리고, 3일에 한 번 정도는 하루 종일 맑다가 오후 늦게부터 내린다. 그래서 항상 반나절은 날씨가 좋기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있다.
- 스노쿨링 스팟 : 1. sunset beach(Pantai Batu Topeng) 바로 앞 바다는 물고기가 별로 없지만 안쪽으로 이어지는 해변 중간 바위 근처에 산호초가 형성돼 물고기들이 많다. 2. 선착장 얕은 바다에 산호초가 많아서 성게와 학꽁치를 비롯해서 신기한 고기들이 많다. 오후에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물놀이를 한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리 빨리 올 줄이야.. 남편이 고프로를 잃어버렸다!
스쿠터 섬투어를 한 다음 날도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계속 비가 왔다. 보통 오전이나 오후 한 시간 정도 비가 온 후엔 맑게 게는데 이 날은 오후까지 간간히 비가 왔다.
그래서 우리는 해변은 가지 않고 스쿠터를 빌려 맹그로브 숲을 가보기로 했다. 워낙 섬이 작아서 일주일이나 머물면 왠만한 곳은 두 번 이상 가게 된다.
앞 포스팅에서도 쓴 것처럼 우린 쓰레기 때문에 매우 실망했다. 그 후로 해변을 한 곳 더 구경한 후에 바로 시내로 돌아와 더블 콘센트를 사기 위해 철물점을 잠시 들린 후 곧장 숙소로 왔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남편이 갑자기 "응? 내 고프로가 어디 갔지?"하더니 아무리 사방팔방을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맹그로프 숲에서 잠깐 꺼내서 찍고 스쿠터에 타기 직전에 가방에 넣은 후로는 꺼낸 적도 없는데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일주일 겪어본 바로는 남의 물건에 손 댈 주민들은 없는 것 같아서 그 생각은 아예 접었다. 그럼 가방에서 흘렸나? 그럼 뒤에 앉아 있던 내가 분명 들었을텐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람 참 곡할 노릇이다. 그래도 둘 다 크게 기분 상하지 않은 이유는 사용한지 2년이 넘었는데 여행 오기 전부터 남편이 새 모델로 바꾸면 안되냐고 슬슬 시동을 걸던 참이였다. 딱 좋은 핑계가 생겼다 생각하고 족자 가서 새로 사자고 결론을 내렸다. 당연히 나야 그게 꼭 필요한가 싶었지만 남편이 젤로 즐기던 취미라 말릴 생각은 없다.
게다가 첨엔 반대했었는데 영상을 만든 걸 보니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다. 그래서 몇 년 전 남편이 퇴직금으로 예물 시계를 뒤늦게 선물해준 것의 답례로 이번엔 내 퇴직금으로 사주기로 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은 둘 다 도대체 어디서 고프로가 증발했을지에 대한 논의와 서로 이제 그만 장난치고 내놓으라며 쓰린 속을 농담으로 달래곤 했다.
고프로를 잃어버린 다음날이자 섬에서의 마지막 날은 내 맘대로 가까운 해변에서 스노쿨링을 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 sunset beach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뭔가 준비가 미흡해서 제대로 놀지 못한 한을 풀기로 했다. 이 좋은 풍경에서 일주일이나 있는데 물놀이를 이틀만 한다는 건 섬에 대한 모욕이다.
두 시간 내내 물고기를 따라 다니며 놀다가 남편에게 끌려 나와선, 다시 하버쪽 바다로 향했다. (내가 더 놀고 싶다는 눈치를 계속 보냈다~) 하버에 가니 동네 아이들이 죄다 몰려나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섬주민들은 왜 물놀이를 안 할까 궁금했는데 관광객들과 노는 장소가 틀렸던 거다. 첫 날 도착했을 때 쓰레기가 보이길래 리스트에서 제외했었는데 선착장 두 곳 사이에 물이 얕으면서 깨끗한 곳이 있었다.
꼬꼬맹이들을 제치고 혼자 어른인 나는 비슷한 키로 위장을 하고 물로 뛰어 들었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물고기들 때문에 남편이 안 들어온 줄도 모르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가시가 작살처럼 긴 성게(이들은 성게를 먹을 줄 몰라서 머리크기만한 성게가 밭을 이루고 있었다! 흐미~), 니모, 학꽁치, 줄무니 고기, 떼로 나무가지처럼 꽂꽂히 떠다니는 고기 등등... 좀 전의 해변보다 더 많은 물고기들을 봤다. 한 동안 돌아다니다가 고개를 드니 남편이 아직도 물 밖에 있네? 이럴 땐 눈치가 빨라야 한다. "나 얼마나 놀면 돼?^^~" "저녁 7시까지 못 나와~ㅡㅡ*" "ㅡㅡ;;; 알았어~ 한 번만 돌고 나갈께~"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야 발리가서 또 놀 수가 있다. ㅋㅋㅋ
뿌듯한 마지막 날을 마쳤다. 저녁엔 숙소 오전 스탭인 Putrinella와 만나기로 했다.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인이 예약한 걸 보고 엄청 신났었단다. 그래서 전날 저녁에 근무 시간도 아닌데 나랑 얘기 한 번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숙소에 놀러왔었다. 이민호 얘기를 시작으로 수다는 시작됐고 한국말을 하는 내가 드라마 속 연기자 같다며 마치 연예인을 보듯이 너무 신나했다. 발랄한 이 친구가 귀여워서 한국말도 알려주고 나중에 꼭 한국에 오면 우리 집에 오라고 했더니 눈을 번뜩번뜩한다... ^^ 오늘 물놀이 간다고 했더니 나랑 놀고 싶다며 매우 아쉬워 해서 저녁에 놀러오라고 해둔 참이다.
이렇게 또 타국에 친구가 한 명 더 늘었다. 인연은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라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이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비록 고프로는 잃어버렸지만 멋진 바다도 보고 친구도 사귀고 여러모로 뿌뜻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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