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361~364, 페루, 쿠스코/비니쿤카] 문제 많은 쿠스코 현지 여행사, 말 안 타고 내 발로! 무지개산 비니쿤카 트레킹 본문
[D361~364, 페루, 쿠스코/비니쿤카] 문제 많은 쿠스코 현지 여행사, 말 안 타고 내 발로! 무지개산 비니쿤카 트레킹
JaneRyu 2019. 4. 5. 11:541.21~1.24
[쿠스코/비니쿤카 정보]
-비니쿤카 투어 : 아침+점심+교통+가이드 60솔 + 입장료 10솔, 계약서 바우처에 포함내역이 모두 써져 있는지 확인할 것, 오전 5시 픽업 ~ 저녁 5시쯤 끝남, 트레킹 2시간 반, 고산증 대비용 두통약 준비, 저렴한 곳보다는 제 값 주고 이름 있는 투어사 이용 추천, 아르마스 광장 285번 투어사(안드레아?) 비추
마추픽추 투어에서 생긴 일 때문에 투어사에 따지러 갈까 하다가 그만 뒀다. 따지러 가기도 너무 피곤했고 이미 끝났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생각해보면 계약할 때 꼼꼼히 챙기지 않은 내 탓이지 싶기도 하고 제각각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자기들은 책임을 다했다고 하면 그만이니. 그래도 숙소에 우리 이름이 누락됐던 것이나 숙소가 사전 정보와 달랐던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다. 이미 비니쿤카도 같은 투어사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서 또 뭔 일이 생길까 싶어 가서 따지고 환불을 받아 다른 곳에 예약을 할까도 생각했다. 갈팡질팡 하다가 비니쿤카는 하루 투어니 별일 있을까 싶어 피곤함 때문에 그냥 놔두고 쉬기로 했다.
쉬면서 재희네와 나머지 남미 일정과 ‘토레스 델 파이네 O트레킹’ 일정을 짰다. 재희네랑은 쿠스코부터 우유니까지 일정이 달라서 당분간 따로 다니게 됐다. 직접 해먹는 제대로 된 한식은 쿠스코가 마지막일 것 같아 소고기 무국에 고등어구이, 양배추 겉절이로 저녁을 함께 먹었다.
다음 날, 비니쿤카 투어는 새벽 5시 픽업으로 시작됐다. 이번엔 혹시나 싶어 버스 회사 번호를 받아두었다. (다른 여행사를 이용한 친구는 기사가 연락할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단다. 우리가 이용한 여행사가 뭔가 허접한 게 맞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진짜로 투어를 진행하는 회사는 다른 이름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계약한 곳은 중개업인 셈이다.
버스는 5시가 아닌 5시 반에 숙소 앞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30명 타는 대형버스. 도시를 돌면서 사람들을 꽉 채운 후 거의 6시쯤 출발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6시에 한 장소로 집합을 하지....
8시쯤 아침 식사를 했다. 간단히 잼과 빵, 스크럼블 에그, 차가 나왔다. 다시 1시간 반을 이동했
다.
트레킹 시작점 풍경
또 한 번의 사건. ㅜㅜ 중간에 입장료를 내는 곳에 도착할 때쯤 가이드가 돈을 걷었다. 분명 투어사에서는 입장료 포함해서 60솔이라고 했고 우리는 마추픽추 투어도 했으니 깎아달라고 해서 55솔에 계약했었다. 그런데 가이드는 계약서에 써있지 않으면 돈을 내는 게 맞다는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계약서를 보니 이런.... 입장료만 빠져 있다. 하....
투어를 계약 해두고 곱창집에서 한국 분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었었다. 입장료 포함이라고 말해놓고 계약서 종이에는 안 써서 낼 뻔 했다고. 가이드에게 투어사에 직접 얘기하라고 끝까지 안 냈다고. 근데 그때는 마추픽추 입장료라고 해서 계속 그것만 확인을 했는데 이제 보니 비니쿤카 입장료를 말하는 거였다. 듣고도 당하는 바보.
마추픽추 투어 일도 있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가이드가 지금은 통화 불능 지역이라 확인이 안되니 우선 돈을 내고 나중에 투어사와 통화 후에 맞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이런 걸 노린 건가? 하... 또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인가?
트레킹 시작~ 처음은 평지~
화가 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창피했다. 같은 투어사에 두 번이나 속은 내 사정을 알리 없는 옆 사람들은 10솔 밖에 안되는 돈에 속았다고 진상부린다 생각할 것 같았다. 한편으론 저렴한 것만 찾다가 내 발등을 찍었나 싶었다. 한국인들은 싼 것만 찾는다고 꼬집는 인터넷 글도 생각났다. 어제 환불 받으러 안 간 내가 잘못이지.... 결국 나중에 메신저로 따지자 그 가격엔 입장료가 불포함이고 계약서에 안 써있는 거 보면 맞지 않냐고... 그래! 그 돈 먹고 잘 먹고 잘 살아라! 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나 보복이 있을까 싶어 그만뒀다. (쿠스코는 다른 남미 도시에 비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 근데 나중에 재희가 그 사람이 현지인과 싸워서 경찰이 온 걸 봤단다. 흐미... 안 가길 잘했어..ㅜㅜ) 나처럼 속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남미단톡방에 상황을 알렸다.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 곳은 정말 불매운동 해야한다.
중반부터 말을 타고 갈 수 있다
트레킹 시작 전부터 기분이 완전 꽝. 그래도 걸으면서 멋진 풍경에 화는 점점 풀렸다. 시작할 때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주는데 나중에 오르막에서 매우 유용했다. 무지개 산까지 1시간 반 정도 걸어야 한다. 이번엔 선두 그룹에서 뒤처지지 않게 따라 가서 사진 찍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었다.
1시간 동안은 조지아의 카즈베기처럼 잔목 없이 초록 융단이 깔린 높은 산을 바라보며 걸었다. 야마인지 알파카인지 구분은 가지 않지만 넓게 퍼져 풀을 뜯고 있다.
저 멀리 도착지가 보이고 사람들의 행렬도 길다
40분 정도 걸으니 슬슬 색이 다른 산들이 펼쳐지고 멀리 무지개 산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긴 행렬도 보인다. 1시간 후부터는 슬슬 오르막이 시작된다. 전까진 거의 평지라 걸을 만 했는데 이 곳부턴 힘들어서 보폭도 줄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면서 걸었다. 지금까지 터득한 고산 트레킹 노하우는 최대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보폭을 짧게 하면서 되도록 쉬는 시간을 짧게 하면서 꾸준히 걷는 거다. 숨이 차다고 자주 쉬는 것보다는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숨도 가벼워지고 페이스를 찾아서 적응하게 된다. 그러다 숨이 너무 차면 한 번씩 쉬는데 절대 앉아서 쉬면 안되는 것이, 일어날 때 어지럼증이 오고 다시 걸으면 오히려 더 빨리 힘들어졌다. 이제 고산 트레킹은 나름 적응한 것 같다.
슬슬 색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산
트레킹 구간 중반부터 마지막 오르막 직전까지 말을 태워주고 돈을 버는 원주민들과 기념품과 간식거리를 파는 여인들이 많다. 고산을 맨몸으로 걷는 것도 힘든데 봇짐을 지고 이 먼 길을 오르내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전통복을 입은 어린 아이들도 알파카와 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번다. 여행 초반에는 후진국을 여행할 때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행이 점점 길어지고 정말 다양한 터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옅어졌다. 많은 것을 가졌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며, 저들의 삶이 고되 보이는 것은 온전히 내 생각일 뿐, 그들 자신은 만족하며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나는 내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던가 생각하면.... 삶은 하나, 하나가 그 자체일 뿐이지 어떤 개인적 잣대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처음엔 애처로워 보이던 사람들도 지금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고지가 보일 때 쯤엔 주변 산들도 여러 가지 색인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만 봐서 산 봉우리 한 곳만 무지개 색인 줄 알았는데 이어진 봉우리가 꽤 길었다. 지구 온난화로 덮혀 있던 눈이 녹아서 발견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넓은 지역이라면 참 심각한 문제다. 우리 눈에는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자연의 경고장....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남편이 많이 벌어지지 않고 오고 있는지 한 번씩 체크하면서 천천히 경사를 올랐다. 인터넷에 오른 사진들은 대부분 보정을 한 것이라 실제로 보면 색이 선명하지 않아서 실망한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로 실망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전 세계에 5곳만 있다는 무지개색 지형. 그 중 한 곳에, 그것도 오천 미터나 되는 곳에 내 발로 왔다는 것 자체도 뜻 깊은 일이다.
무지개 산 앞에 올라서도 더 넓게 조망하려면 가장 끝까지 올라야 한다고 했다. 아래 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푯말이 있었는데 무려 5036미터! 인생 최대 높이다! 두통약 덕분인지 고산증도 없이 무난하게 올랐다.
정상에서 보이는 무지개산 일대
반대편 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반대편 산맥들도 장관이고 무지개산도 넓게 조망할 수 있어서 올라오길 잘했다. 남편과 인증샷 무한 반복 찍고 있는데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 하산 시간도 거의 다 됐다.
10시에 트레킹 시작해서 11시 반에 도착, 12시에 하산 시작했는데 1시간 꼬빡 열심히 걸어야 1시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한 곳에 다시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입맛도 없고 맛도 별로여서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뒤늦게 머리가 띵하다. 두통약발이 다 된 모양이다. 고산 트레킹을 한 날은 두통약을 꼭 두 번은 먹어야 한다. 쿠스코의 가장 중요한 일정 두 개가 모두 끝났다. 문제가 있긴 했지만 무사히 마쳐서 뿌듯하고 떠나자니 섭섭하기도 하다.
하산 행렬
비니쿤카 아래 마을 풍경은 조지아의 우쉬굴리를 닮았다
쿠스코에서 남은 하루는 숙소에서 푹 쉬고 떠나는 날은 마지막으로 아르마스 광장에 나갔다. 날씨도 좋아서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쿠스코. 숙소 호스트도 친절해서 추가 비용 없이 야간버스 시간까지 숙소에서 푹 쉬다가 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산을 많이 다녔으니 이제 호수를 볼 차례다. 다음 목적지는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태양의 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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