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221~222, 멕시코, 똘란똥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무릉도원, Tolantongo 본문

세계여행/멕시코

[D221~222, 멕시코, 똘란똥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무릉도원, Tolantongo

JaneRyu 2019. 3. 31. 16:25

9.3~9.4
[똘란똥고 정보] 자세한 사항은 포스팅 참조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똘랑똥고 가는 법 : 산미겔 → 께레타로(Queretaro) 78페소, 1시간 반 소요, 30분 단위로 자주 있음 → 익스미낄판(Ixmiquilpan) 183페소, 3시간 소요, 1시간 단위로 자주 있음 (익스미낄판에서 숙소를 잡으면 저렴함) - 그루타스 똘랑똥고(Grutas Tolantongo) 1시간 소요, 50페소(평일, 주말 버스 시간 다름, 월~목 오전은 9시, 11시, 금~일은 10시부터 1시간마다, 홈페이지 참조 www.grutastolantongo.com.mx)
-온천장 정보 : 전망 좋은 인공 온천장(포시타스)는 매표소에서 내려 10분 걸어감, 매표소에서 표 사고 계속 버스 타고 있으면 종점인 천연 온천장(그루타스)에 내려줌. 익스미낄판 가는 버스는 두 곳에서 모두 탈 수 있음. 두 곳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음(6인 타면 1인 10페소, 2명이 타면 1인 30페소)




     
온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예쁜 산미겔을 떠나는 게 크게 아쉽지 않았다. 하루 더 머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빨리 온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산미겔에 도착했을 때 터미널에서 가는 방법을 미리 알아 두었다. 께레타로에 가서 익스미낄판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시간표도 받아 두어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무조건 멕시코시티로 돌아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버스 연결이 어느 곳이든 잘 돼있는 것 같다.

미낄판 광장

익스미낄판은 숙소가 많지 않다. 똘란똥고 온천 안 숙소는 1박에 4만원대로 비싼 편인데다가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지 않으면 이틀치 입장료를 지불해야한다. 물놀이를 하고 다음날 일찍 이동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푸에블라로 이동하려면 익스미낄판으로 돌아와야하니 대충 저렴한 곳으로 잡았다. 첫 날은 푸에블라로 가는 경로와 시간표 등을 알아보고 저녁 식사는 피자배달로 간편히 떼우고 끝~

성안토니오 교회가 보이면 왼쪽 담벼락이 버스터미널, A가 적힌 큰 간판이 있다

드디어 온천하는 날~ 온천장 홈페이지에서는 평일 9시, 11시에 있다고 돼 있는데 11시면 아무래도 충분히 못 놀 것 같아서 첫 버스를 타기로 했다. 8시부터 나와서 부랴부랴 터미널에 갔더니 9시 반 출발이라고 앞 유리창에 써 있다. 먹을 걸 아무 것도 못 샀는데 도착해보니 음식점이 여러 곳 있었다. 사간다 해도 먹을 곳이 딱히 없어서 못 사간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매표소 같은 곳에서 버스가 멈추면 입장료를 살 수 있다. 이 곳에서 내려서 십분 정도 걸어가면 인공 온천장인 포시타스로 갈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우린 그루타스까지 가버렸다.

정거장 앞 호텔

위쪽이 여자, 아래가 남자

그루타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호텔 리셉션이 있고 옆에 락커룸이 있다. 50페소(보증금 50페소)에 하나 빌려서 음식물과 가방을 보관했다. 탈의실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sanitario라고 쓰인 곳으로 가라한다. 영어랑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완전 낯설진 않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뻥 뚤린 공간에서 옷을 갈아 입는다. 샴푸 같은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말라해서 숙소로 돌아가 씻으려고 타올 하나 달랑 가져왔다. 우리 나라 자연만 소중한 것이 아니니 지킬 건 지켜줘야지~
우선 Grutas tunnel이라고 적힌 푯말을 따라 갔다. 작은 폭포들이 보이고 계곡 물도 에메랄드 빛으로 너무 예뻤다. 잠시 후 나타난 대형 폭포! 그야말로 장관이다.

나이아가라나 빅토리아 폭포처럼 수량이 많은 폭포도 멋지겠지만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석회수가 흘러 생긴 희한한 커튼 암석들과 이끼들이 만들어낸 폭포의 형태는 물론이고 그 위로 보슬보슬 얌전히 떨어지는 폭포수가 하늘거리는 면사포처럼 아름다웠다. 힘들게 온 보람이 있다. 게다가 물은 차가운 계곡물이 아니라 온천수라는 거! 완전 뜨겁지 않아서 오랫동안 있어도 전혀 덥지 않다.

폭포 안 동굴로 들어가니 이건 또 다른 별세상! 천장에 난 구멍으로 폭포수가 콸콸콸 흐르고 동굴 안을 탐험하는 듯한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미지근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딱 맞게 따뜻한 온도였다. 등에 물을 맞기도 하고 동굴 안을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한참 놀다가 위쪽 동굴로 올라 가봤다.

위쪽 동굴은 작은 터널로 돼 있는데 깊은 곳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어두워서 손전등이 없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어서 깊이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입구 쪽은 마치 워터슬라이드 마냥 물이 흘렀다.

다음에 향한 곳은 계곡의 넓은 온천장. 바위를 막아서 계단식으로 물이 흘러 층마다 온천을 할 수 있다. 하류다보니 동굴처럼 따뜻하진 않지만 물색이 워낙 좋고 넓어서 가족 단위로 캠핑을 하면서 물놀이를 하는 곳이다. 계곡에 그늘이 많지 않아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다. 아무래도 더 볼거리가 있는 동굴 쪽이 사람이 많다. 
1시간 정도 놀고 나니 배가 출출해서 락커룸 옆에 있던 카페에서 대충 점심을 먹었다. 3시 버스를 타고 나갈 생각에 얼른 포시타스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익스미낄판으로 가려면 그루타스에서만 타야하는 줄 알고 가방을 락커에 남겨두고 다녀오기로 했다. 셔틀 버스가 인당 10페소라고 적혀 있는데 출발 하려고 하니 6명 정원이라서 60페소를 우리 둘이 다 내야한단다. 뭔가 속는 것 같았지만 마음이 급해서 그냥 타기로 했다.

 

포시타스는 산 절벽에 만든 온천장이다. 내 생각에는, 벽돌로 작은 탕의 형태를 만들면 석회수가 흐르면서 그 위를 천연 외장으로 덮어 아름다운 모양이 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형태가 되려면 아마 오랜 시간이 걸렸을 듯. 먼저 보이는 곳은 네모진 모양의 정돈된 형태의 온천장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이 곳이 다인 줄 알고 서둘러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사진 찍기부터! 인생 샷 한 번 담아보겠다고 둘이 카메라와 고프로로 한참을 찍어댔다. 카메라를 접은 후, 몸을 담그고 맞은 편을 바라보니 그제야 풍경이 제대로 보였다.

절벽처럼 깊은 계곡과 병풍 친 산, 파란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평온한 날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평온한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그래서 남편에게 3시에 가기엔 너무 아까워서 5시 반, 막차를 타자고 졸랐다.

한참 놀다가 온천장 아래에 흔들다리를 건너가 봤다. 옆에 있던 온천장과 이어지는데 흐르는 온천수 옆을 지날 때 온기가 느껴진다. 손을 담구니 우리가 있던 곳보다 따뜻했다. 탕 모양도 더 동글동글한 것이 왠지 더 오래 된 느낌이었다.

처음 포시타스에 들어와서 아름다운 풍경에 발목 잡혀서 더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을 안 했는데 이 곳에 사람이 더 많은 걸 보니 여기가 원조인가? 작은 탕에 들어가 이젠 사진도 찍을 만큼 찍었겠다, 안쪽 벽에 등을 붙이고 진중하게 몸을 담그고 앉았다. 그렇게 앉아서 맞은 편 산을 바라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바깥 쪽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온천물이 밑배경이 돼서 그런가? 바라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온천수가 아래 배경으로 깔리고 중앙은 빈틈없이 산과 하늘이 채우고 더 위쪽으로는 나뭇잎들이 모서리를 메우는 한 폭의 동양화같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한동안 말없이 내가 바라보는 이 풍경이 실제인가 꿈속인가 생각하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위스에서 온천을 하고 싶었지만 경비 때문에 꾹 참았는데 지금은 스위스가 부럽지 않았다. 행복하다는 말을 쓰기가 왠지 망설여지곤 하는데 오늘은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날이다. 
막차 버스까지는 아직 2시간이 남아서 다시 그루타스로 돌아가 남은 시간을 동굴에서 더 놀기로 했다. 이번에는 6명이 타서 10페스로 셔틀버스를 탔다.

다시 봐도 놀라운 그루타스 천연 폭포~ 오전에 먼저 들린 게 폭포 사진을 찍기에는 오히려 나은 것 같다. 동굴 안에서 폭포수를 맞고 있는데 현지인이 손전등을 들고 동굴 한 쪽에 있는 어두운 터널 쪽으로 들어갔다. 그걸 보더니 안전요원이 따라 들어간다. 가면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안쪽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갖고 있던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니 넓은 공간이 있었다. 입구 쪽은 좁고 물이 떨어져서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난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서 싫다는 남편을 등 떠밀어 들어가봤다. 터널 입구 쪽이 깊어서 남편 손을 잡고 건너가 벽에 달려 있는 밧줄을 잡고 들어갔다. 입구를 지나니 다시 가슴 깊이만큼 얕아졌고 밧줄을 잡고 점점 들어가다가 끝에 섰는데 안전 요원이 손전등으로 천장을 비추니 박쥐가 새카맣게 붙어 있다. 정말 생자연 그 자체다. 몇 마리는 놀랬는지 날아다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다.

신나는 동굴 속 동굴 탐험을 끝내고 바깥 동굴로 다시 나왔다. 오후가 되니 동굴 안으로 햇빛이 더 들어와 동굴 안쪽까지 훤히 보였다. 입구 쪽 벽 물 속은 햇빛에 반사돼서 물빛이 사파이어처럼 빛났다. 
정신 차리니 가야할 시간이다. 좋은 풍경에서 뜨끈한 온천욕을 했더니 피곤이 싹 풀렸다. 무엇보다 마음이 신나면서도 편안한 날이었다. 
물로만 대충 헹구고 버스를 탔다.

그루타스에서는 열 명 정도가 탔는데 매표소 앞에서 두 배 가량 되는 사람들이 타서 버스가 꽉 찼다. 매표소 앞에서도 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굳이 그루타스로 돌아가지 않았겠지만 신기한 동굴 속 동굴을 들어가 본 것, 오후 햇빛에 반사된 파란 물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두 번 가지 않았다면 절대 못 봤겠지. 돌아올 때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계란이 들어간 토르타스를 먹은 것도 완전 뿌듯했다.

항상 밤에 잘 때 몇 번씩 깼는데 이 날은 정말 푸~욱 잘 잤다! 떠난 후에 사진을 보니 이틀 정도 온천장 옆 호텔에 있으면서 푹 쉬다 올 걸 뭐가 그리 바쁘다고 하루 만에 와버렸는지 후회가 됐다. 앞으로 이런 호사는 자주 있지 않을텐데 말이다. 장기여행자라 해도 여유를 부리는 사람은 따로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