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195~197, 조지아, 우쉬굴리] 태고적 그대로 간직된 마을, 우쉬굴리 본문
8.8~8.10
[우쉬굴리 정보]
-마슈르카 : 하루 왕복 1인 35라리, 편도 1인 25라리(올때 30라리), 2시간 소요
-우쉬굴리 마을 전체가 전기가 자주 끊기고 인터넷 잘 안됨. 트레킹 하고 1박이 적절한 듯.
-계곡 옆 Enguri 카페가 집결지 역할을 하는데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내림. 오후부터 메스티아 가는 봉고가 있고 6명 정도의 인원이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 음식은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비싼 편임.
-우쉬굴리 트레킹 : 마을을 통과하여 언덕의 교회를 지나 설산 쪽으로 편도 4km 걷는 빙하 트레킹. 1시간 정도 걸어가도 빙하가 보임.
우쉬굴리 마슈르카는 오전 10시에 출발이랬는데 좌석이 다 채워지지 않으니 30분을 더 기다렸다. 비가 꽤 내려서 산길이 걱정돼 물어보니 “No problem!"
40분 정도는 포장길이여서 힘들지 않았다. 이 후부터 1시간 반 정도 엉덩이 바운스가 시작됐는데 숨이 가빠질 지경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원래 그런 건지 한쪽 길 위로 폭포수가 흘러 내리는데도 차들은 꿋꿋히 건너고 있다. 산길에 차들이 늘어서 있길래 사고가 났나 했는데 봉고차 한 대가 펑크가 나서 다른 차들이 꼬여 지체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무난하다 생각됐다. 네팔의 죽음의 도로도 다들 잘 지나다니는데...ㅋㅋ
도착한 마을은 생각보다 더 작았지만 경치는 훌륭했다. 마을 양 쪽으로 산이 병풍을 치고 뒤로는 빙하가 있는 설산. 계곡 옆에 큰 카페가 있는데 버스정거장 같은 역할을 했다. 예약한 숙소는 지도가 잘못 표시되는 바람에 엄한 곳에서 한참 헤매다 결국 전화해 마중을 나왔다.
방은 작고 음침했다. 그래도 침대는 푹 꺼지지 않아서 다행. 이 마을은 마치 네팔의 조지아 버전 같다. 하루에 전기는 몇 시간 들어오지 않아서 촛불을 켜고 있어야 했고 와이파이 비번을 알려달라고 하니 주인 아저씨 핸드폰 핫스팟을 켜는게 아닌가! 그마저도 제대로 연결되는 때가 드물다. 이 정도인 줄 몰라 2박이나 예약을 했으니... 왜 당일치기를 하는지 이해할 것 같다.
오후라 첫 날은 마을 구경과 언덕에 있는 교회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집들은 정말 오래 돼 보였다. 길도 소똥과 말똥을 피해 걷느라 바쁘고 제대로 된 레스토랑도 몇 곳 없었다. 마을이 처음 생긴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다.
언덕에서 바라보니 설산이 더 크고 가까워 보였다. 멀리 보이는 계곡 트레킹 길이 아주 무난해 보였다. 카즈베기처럼 풀로만 뒤덮힌 산들 사이로 계곡을 따라 걸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내일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갈 수 있는 만큼만 걸어보기로 했다.
저녁에 탑이 있는 언덕에 올랐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모두 볼 수 있었고 저녁 붉은 빛 덕분에 마을은 영화 속 풍경처럼 그윽해 보였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이 마을 태생 감독이 우쉬굴리에서 찍은 영화로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숙소에 자주 놀러 왔던 아저씨가 Enguri 카페에서 우릴 보더니 카페 한 쪽에 진열된 트로피를 보여주며 자기 사촌이 감독이라고 한참 설명을 해준다. 가게에서 일 하는 여자 직원을 가리키며 그 감독과 쌍둥이 남매란다. 암만!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 국제 영화상을 탄 감독을 배출했으니 자랑할 만하지!
둘째 날 아침부터 비가 대차게 왔다. 나갈 생각은 접고 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점심 때가 되니 비가 뚝! 슬슬 발동을 걸어본다.
간단히 커피에 빵 한 조각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설산 쪽으로 걷기 시작. 마을을 지나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쨍할 때랑은 또 다르게 우산을 받쳐 들고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보이는 건 온통 초록 뿐이고 할 일 없이 걷다 다시 돌아오면 그만.
뒤에서 꼬맹이가 비를 맞으며 장화신발에 깡충깡충 뛰어 오는데 마치 들판에 망아지 같다. 부모도 꽤 내리는 비에 우산 없이 자켓만 걸치고 아이와 함께 몇 시간씩 걷는 걸 봤는데 참 건강한 참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먼지가 아니라도 감기 걸릴까봐 우리 나라에선 잘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때 계곡물을 만났는데 내린 비 때문에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건널 수 없었다. 트레킹 초반에 산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가야 계곡을 건너지 않고 산 중턱에 있는 빙하쪽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그냥 찻길을 따라 걸어서 계곡을 만난 것 같다. 우리보다 앞선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마 신발을 적셨을 것 같다.
때마침 설산 쪽에 구름이 잔뜩 껴서 간다고 해도 볼 게 없을 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항상 그렇지만 돌아가는 길은 짧다. 마을 쯤 오니 비도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큰 비가 오지 않아 짧게나마 트레킹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카즈베기 트레킹도 좋았고 메스티아 전망대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비오는 날 우쉬굴리 트레킹은 잔잔한 호수 마냥 편안했다. 오래된 마을과 초록 융단 덮은 산들 사이로 보이는 웅장한 설산! 카즈베기, 메스티아, 우쉬굴리 각각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다만 우쉬굴리는 조금 불편할 뿐.
떠나는 날엔 비가 더 거세게 왔다. Enguri 카페엔 12시부터 사람들이 모여 들더니 큰 카페가 꽉 찼다. 다들 오들오들 떨면서 따뜻한 차와 식사를 하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6명 정도가 모여야 출발하는 봉고차. 출발 시간이란 건 따로 없다. 우리 차를 타게 된 마지막 2명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1시쯤 출발~ 비가 많이 오니 올 때 봤던 폭포가 더 거세게 찻길을 갈라 놓고 있었다. 다들 차가 낭떠러지 계곡으로 미끄러질까 무서워 “오 마이, 워워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반해 운전사 아저씨는 너무 태연하다.
무사히 메스티아 도착~ 마슈르카보다 작은 봉고차가 오히려 덜 덜컹거리고 편하게 온 것 같다. 4박을 지냈던 숙소를 다시 찾아가 1박을 한 후 다음 날 바투미로 갈 예정이다. 이제 산여행은 끝나고 바다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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