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189, 조지아, 카즈베기] 작은 알프스 쥬타 트레킹 본문
8.2
[쥬타 트레킹 정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버스 예약 가능 : 1인 30라리, 9시 반, 11시(11시 출발~6시 픽업), 우리가 예약한 인포센터는 작은 지점이었음.
-시작점 마을에는 매점 없어서 간식을 챙겨가야 함. 카페 음식은 다소 비쌈.
-쥬타 트레킹 난이도 : 버스 내린 곳부터 처음 30분 정도는 오르막으로 약간 힘들지만 두 번째 산장부터 30분 가량은 평지, 이후 30분은 약간 오르막. 첫 호수(Chaukhi Lake)까지 3km이며 왕복한 후 산장에서 1시간~2시간 휴식하고 내려가면 6시가 됨. Chaukhi Pass 7km 패스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음. 자신이 가능한 만큼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임.
오늘은 많이 걷을 생각에 밥을 든든히 먹으려고 어제 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에 다시 갔다. 카즈베기에서 가 본 식당 중 유일하게 밥이 있는 곳이었다. 헝가리 음식과 비슷한 소고기 토마토 스프에 밥이 들어가 있어서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아침은 시간이 모자라 오믈렛과 커피만 먹었다.
출발 장소는 어제 예약했던 작은 인포센터가 아닌 좀 더 큰 곳이다. 이 곳에서는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들을 빌려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국 여행자 두 분을 만났다.
한국 휴가기간이 되니 매일 새로운 동행자가 생겨서 좋다. 우리 외에 오스트리아 여행자 한 명이 더해져 쥬타 코스는 다섯 명 뿐이었다.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도착한 작은 마을. 계곡이 흐르고 예쁜 카페와 숙소들이 있었다. 매점이 있을 것 같아서 물도 조금 가져오고 간식도 바나나 두 개가 전부였는데 매점은 없었다.
푯말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서 지나는 차를 세워 길을 묻고 걷기 시작. 작고 가파른 오솔길이 트레킹 길이었다. 20분 동안 꽤 가파른 길을 올랐는데 넓은 잔디밭이 시작되는 지점에 산장과 텐트들이 보였다. 이 곳에서 별을 보면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산장이 있는 줄 알았다면 하루 정도는 머물고 싶다.
10분만 더 올라가면 두 번째 산장이 보이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해먹과 의자에서 쉴 수 있도록 돼있다. 이름이 Fifth Season Hotel인데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말은 호텔이지만 도미토리에 가깝고 1층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이제 힘든 오르막은 끝나고 이 곳부턴 완만한 코스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느낌은 이탈리아 돌로미티 같은데 다른 점은 탁 트인 평원이 아닌 양편에 산으로 둘러싸여 암석 봉우리를 바라보며 걷는다는 점?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이라 비슷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카즈베기의 이끼로 덮힌 듯한 독특한 산의 풍경은 단연 돋보이는 점이다. 아마도 손대면 바스러지는 페스츄리 같은 자갈지층 때문에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다.
걸어가면서 바위 산을 향해, 반대로 걸어왔던 초원을 향해 사진을 찍어댄다. 비가 오지 않는게 천만다행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해가 났더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것 같다.
산장에서 떠난지 30분 정도 될 쯤 계곡에 징검다리가 놓인 곳이 나왔다. 물에 빠질까봐 왼쪽에 물을 안 건너도 되는 길로 남편보다 먼저 앞장 섰다. 나중에 뒤를 돌아보니 남편은 아니나다를까 고프로 영상 하나 건져보겠다고 손에 카메라 들고 돌다리를 건너는게 보였다.
그런데 걷다보니 두 길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점점 멀어지더니 나중엔 건너편 남편이 손톱만하게 보였다. 내려오는 길은 어쨌거나 한 길이니 나중에 만나는 건 걱정되지 않는데 마실 물을 가져가 버렸다.... 뒌장... 목마른데....
계곡에서 벌어진 후로는 조금씩 오르막이 시작된다. 완만하긴 한데 2500미터가 다 돼가니 숨이 찬다. 세 번째 산장이 보일 쯤에 작은 계곡을 건너는데 돌다리가 제대로 놓여있지 않아서 하마터면 빠질 뻔 했다.
마지막 오르막을 꾸역꾸역 오르다 외국인 등산객이 단체로 내려오길래 물었다. “계곡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있나요?” “여기서 100미터만 가면 작은 다리가 있어요.” “다행이네요! 저 건너편에 있는 제 남편을 못 만나고 있어요. ㅋㅋ” 일제히 건너편 남편을 쳐다보더니 자기들끼리 한참을 웃는다. 하하하....^^;; 나도 어이가 없어요~
세 번째 산장은 작은 카페였다. 산장 옆엔 작은 호수(Chaukhi Lake)가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바위산을 쳐다보며 맥주와 와인 한잔~ 직접 담근 와인 같은데 약간 꼬릿꼬릿한 냄새가 났다. 도수도 높은지 나중에 해먹에서 거의 실신하듯 골아 떨어졌다. ㅡㅡ;;
한참 앉아 있었더니 으슬으슬 추워져서 하산하기로 했다.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탔던 오스트리아 여행자는 초반부터 앞서가더니 한참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 내려갈 때는 남편이 올라왔던 길로 갔다. 이 길이 조금 더 완만한 것 같다.
fifth season 호텔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곧장 해먹에 누웠다. 트빌리시에서 3주 동안 늘어져 있다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몸은 이미 천근만근에 호수에서 마신 와인이 뒤늦게 취기가 올라와 20분 동안 거의 떡실신... 6시에 마을에서 버스를 타야하니 5시에 일어나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다 내려와서야 뒷골이 서늘했다.
가방을 뒤져보니 핸드폰이 없다! 해먹에서 잠들 때 손에 쥐고 잤는데 너무 잘 자고 일어나 비몽사몽에 두고 온 줄도 몰랐나 보다. 아직 버스 시간은 남았지만 가파른 30분을 또 올라야 하고 그럼 나머지 네 명은 6시 넘도록 기다려야하니 안타깝지만 그냥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여행할 때만 쓰려고 중고폰으로 얻은 거라 중요한 건 하나도 없었고 숙소에 한국에서 쓰던 폰이 있어서 문제는 없었다. 취기에, 잠은 덜 깼지, 폰은 잃어버려 찝찝하지... 마무리가 영 못마땅 했지만 털어버리기로~
절대 시간 맞춰 못 올 것 같던 나머지 일행 한 명이 산 쪽에서 내려오는 게 보였다. 왕복 15km는 됐을 코스를 6시간 만에 다녀온 모양이다. 나는 겨우 6km 왕복도 힘겨워 했는데... 카즈베기의 나름 맛집에서 케밥을 사서 숙소로 귀가~
혹시나 싶어서 내 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어떤 남자가 받았다. 다행히 내일 오후에 카즈베기로 나오는데 그 때 받기로 했다. 다만 우리는 오후 3시에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 전에 나올지는 모르겠단다. 그래도 희망을 걸어봐야지... 하... 안 잃어버리려고 줄까지 매달아서 그렇게 애지중지 했는데 이렇게 낮잠 자다 곱게 놓고 올 줄이야... 누굴 원망하랴~ 머리를 쥐어 뜯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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