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123~124, 그리스, 아테네] 우뚝 선 아크로폴리스, 아테네의 어두운 뒷골목을 보다 본문
5.27~28
[아테네 정보]
-코린트 운하 : 구글맵 Korinth Bridge 검색, 아테네에서 대략 1시간 소요, 이 곳만 보기 위해서 오는 것은 비추
-아테네 주차장 : 시내 중심가 주차는 확실하지 않으나 약간 외곽으로는 하루 5유로 정도임. 숙소가 메트로 Attiki 주변 이었는데 바로 앞 길거리에는 무단주차해도 딱지는 끊지 않았으며 앞 건물 주차장은 24시간 5유로였음. (위치 : Alkiviadou 81, Athina 104 40 길가에 세우거나 바로 앞 Parking이라고 간판 달린 건물. 이 곳 주차장에는 관리인이 차키를 맡아 놓고 있음)
- 숙소 : 에어비앤비에서 Attiki라고 치면 나옴. 방은 깔끔했으나 메트로와 약간 거리가 있고 주방이 약간 지저분 했지만 길거리에 무료주차를 할 수 있고 건너편에 5유로 주차장이 있어서 나름 장점이 있음.
-아테네 입장료 : 주요 관광 구역인 ‘아크로폴리스’만 입장시 20유로, 3일동안 주변 전 구역을 모두 입장시 30유로 (모든 티켓에는 아테네 박물관은 제외됨)
-아테네 주의 사항 : 명소가 있는 지하철 외에도 소매치기가 다른 역들을 돌아다님. 특히 임산부 소매치기가 있었음. 지하철 안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맬 것. 한국 음식을 파는 중국마트(WangFu 마트보다 옆 집이 더 다양함) 주변은 위험한 지역(낮인데도 거리에서 주사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이므로 차를 가져갈 것.
오전에 아테네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코린트 운하. 보자마자 꽃보다 할배에서 나왔던 장면이 생각나서 바로 세워 구경했다. 정말 놀라웠다. 육지로 치면 정말 짧은 구간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깊은 땅을 칼로 무 자르듯이 잘라놓은 것이. 지구의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테네 에어비앤비 숙소에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갔다. 남편의 허리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에 오늘은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남편은 몇 년에 한 번씩 어쩌다 잘못 움직이면 허리 근육에 통증이 오곤 했는데 한 번 시작되면 일주일 정도는 환자처럼 지내야했다. 자킨토스 섬에서 나오는 날 아침까지는 멀쩡했는데 이후로 통증이 시작됐고 아테네 도착할 쯤에는 앉아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각해졌다.
하루 종일 남편은 에어비앤비 침대에서 요양 아닌 요양을 했다. 남편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얀 벽과 철제 침대 때문에 마치 병실의 환자 같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두 달 동안 평균 하루에 4~5시간, 많을 때는 7시간을 거의 매일 운전을 했는데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스틱 차량이라 내가 운전을 도와주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면서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남편은 운전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영향이 없을 수가 있을까.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에는 가뿐하게 일어났다. 하루 쉰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짧게 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냥 아테네 관광을 건너 뛸까 했지만 처음 온 남편을 위해서 아크로폴리스 한 곳만 보기로 했다.
오래 전에 온 지라 신전으로 가는 길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좁은 입구와 신전 자체만 기억에 있다. 별로 높지도 않은 곳인데 아테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역시나 '멋있다, 생각보다 크다' 이런 멘트도 하나 없이 덤덤히 관광했다. 문제는 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방심하다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평지를 걸을 땐 괜찮았는데 아크로폴리스는 오르막길이라 다시 근육이 부대꼈나보다. 아무리 아파도 크게 티내지 않는 사람인데 신전 앞 벤치에서 한참 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조심하면서 곧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일이 생겼다. 메트로 안에서 젊은 임산부가 내 가방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있길래 비켜줬는데 담엔 남편 옆에 가서 딱 붙어 섰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경험해서 항상 밀착하는걸 신경 쓰는 남편이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밑을 쳐다봤는데, 배 밑으로 남편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 걸 보고 깜짝 놀라 한발 물러섰단다. 우리에게 들키고도 뻔뻔하게 아닌척하며 "What's your problem?" 하는 소매치기. 남편이 고프로를 꺼내 찍으려는 시늉을 하니 그제서야 유유히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그 여자가 계속 칸을 이동하며 시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이 전에 당한 사람이 신고라도 했는지 다음 정거장에서 열차가 가지 않고 계속 정차하고 있다가 경찰이 탔는데, 그 임산부가 아닌 다른 남성을 데리고 내린 후에야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 역에서 그 여자는 한 무리의 배낭족을 따라 내렸다. 우리는 소매치기가 임산부라는 데서 적잖히 충격을 받았다.
숙소에 차를 찾으러 가기 전에 한국식품을 사러 중국마트에 갔는데 이 곳에선 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거리가 지저분하고 빈 상가 건물이 많아지더니 대낮인데도 스산한 분위기였다. 거리에 부랑자들이 둘셋씩 모여 있는데 손에 주사기가 들려져 있는게 아닌가! 대낮에 버젓히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뉴스에서 그리스의 경제파탄에 대한 기사를 봤었는데 실제로 도시 곳곳에는 대형 상가지역이 통째로 비여 있고 삭막한 거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본 적 없는 아테네의 피폐한 삶을 직접 목격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날. 이 날은 산토리니로 가는 야간페리를 예약해둔 상태여서 쉴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항구에 일찍 가서 주차장 한 켠에 매트라도 깔고 누워있자고 했다. 남편은 아픈 와중에도 중간중간 농담도 하고 티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항구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아직 비수기인 모양이다. 나는 걱정이 돼서 매트를 펴고 누워라, 카페에 가서 앉아 있자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남편은 알아서 하겠다고 짜증을 냈다. 몸은 아픈데 쉴 곳도 마땅 찮고 페리는 타야하고, 내 생각도 해야하니 오죽 답답했을까. 밤 10시 페리에 타기 직전까지 근육을 풀어보겠다고 항구 여기저기를 허리를 붙잡고 계속 돌아다니는데 멀쩡한 나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따라 다닐 수가 없었다. 하루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된 남편 얼굴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ㅜ.ㅜ
맘 같아선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숙소를 잡아 쉬게 하고 싶었지만 비싼 표를 버리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포기한다는 건 남편이 원하지 않았다. 쉬면 낫는다는 생각에 우선 섬에 들어가서 보자는 생각이였던 것 같다.
페리는 시설이 나쁘지 않았고 매우 한가해서 우리는 2층 카페 한쪽에 칸막이가 있는 긴 의자에 자리 잡고 누워서 갔다. 천만다행으로 다음 날 남편 허리 통증은 훨씬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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