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340~341, 에콰도르, 바뇨스] 2018년 마무리는 '악마의 목구멍', 디아블로 폭포에서~ 본문
12.31~2019.1.1.
[바뇨스 정보]
- Pailon del Diablo : 버스비 편도 0.5달러, 30분 소요, 입장료 2곳 각각 2달러, 위쪽 전망대를 간 후 아래 전망대 순으로 보는 것 추천(포스팅 참고)
벌써 2018년 마지막 날이다. 우리가 여행한지도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체력적으로나 개인적인 여건으로나 정말 1년을 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무사히 1년이 돼 간다는 게 나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는다.
한 해 마지막날 코스로는 디아블로 폭포로 정했다. 크리스마스도 그랬지만 31일도 새해에도 특별할 건 없다. 그저 평소처럼 하던 여행을 계속 이어나갈 뿐.
맵스미 지도에 표시된 버스 정류장에 가서 파란 버스 탑승. 오늘도 버스가 꽉 찼다. 30분 정도 걸렸는데 중간에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볼 수 있었다. 자전거로 가보고 싶었는데 아침에 날씨가 꾸물꾸물하기도 했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컨디션을 더 떨어뜨리기 싫어서 버스를 택했다.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 어려울 것 같진 않았지만 돌아올 땐 좀 힘들 듯.
가는 길에 재미있는 걸 봤다. 현지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도로를 막고 서서 돈을 받고 있었다. 아마도 31일에 하는 장난스런 이벤트 같은 건가 보다. 운전자들도 웃으면서 잔돈을 준다.
마을에 도착해서 옷이 젖지 않는 윗 전망대를 먼저 갔다. 공터 앞 버스 정거장에서 뒤쪽 방향 골목으로 좌회전해서 한 블록 내려가면 계곡 따라 표지판이 있다. (맵스미에서 아래쪽 diablo 표시) 계곡 아래로 가는데 어떻게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 볼까 의심이 되지만 블로그 정보를 믿고 가본다.
진입로가 잘 돼 있어서 걷기 편하다. 조금만 들어가면 작은 폭포가 나오는데 그 물이 흘러 디아블로 폭포가 돼서 떨어지는 것. 5분만 걸어가면 구름다리가 나오고 바로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물소리가 작아서 왼쪽에 폭포가 흐르는 줄도 몰랐다. 수량이 엄청나다!
위쪽 작은 폭포
위 전망대 구름다리
대부분 사진으로 보던 곳을 가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디아블로 폭포는 달랐다. 엄청난 폭포수와 주변 경관, 전망대가 실제로 봐도 멋지고 신기했다.
폭포 왼쪽 계단은 위 전망대, 폭포 오른쪽은 아래 전망대에서 갈 수 있는 곳
계단을 내려가면 폭포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데 떨어지는 수량에 비해 이상하게 물소리는 크지 않았다. 떨어지는 폭포수가 부딪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장난 아니다.
아래 전망대가 보인다
다시 정거장으로 돌아와 앞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폭포 아래 전망대 가는 길. 산쪽으로 가는 거 같은데 폭포 아래 전망대라니... 들어가보니 계곡 쪽으로 20분쯤 걸어 내려가야 한다. 매표소가 나오고 들어가면 곧장 물보라가 시작되는 계단이 나온다.
아래쪽에서 보는 폭포는 위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눈앞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물보라가 진짜 장관이었다! 부딪혀 튀어 오르는 물보라가 전혀 거칠지 않고 분무기처럼 곱게 퍼져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 쪽만 보고 다른 곳을 안 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두 곳에서 보는 느낌이 달라서 모두 가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옷이 많이 젖는다길래 우비를 준비해갔는데 아웃도어 자켓 정도면 될 뻔 했다. 이 곳도 구름다리가 있고 잠시 구경한 후 돌아가기.
올라가면서 목도 마르고 점심 때가 돼서 우린 자연스럽게 초입에 있던 맥주집으로 직행.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보고 물 맞고 추울텐데 맥주를 어떻게 마시나 했는데 완전 이해감. ㅋㅋ 2층에 올라가니 창문을 통으로 열 수 있어서 전망이 아주 훌륭했다. 좀 전엔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전망대에서 올라오면서 해가 쨍해지더니 금새 맑아져서 오늘도 경치 굿~
맥주랑 음식이 완전 맛나진 않았지만 배도 고프고 전망이 좋으니 덩달아 만회가 된다. 요즘 감기가 올까 술을 거의 안 마셨는데 오늘은 좋은 날씨에 구경도 잘 하고, 한 해 마지막 날이니 기분이 좋아져 두 잔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홀랑 넘어갔다.
돌아가는 버스는 한 시간이나 걸렸다. 용돈 벌이 하는 여장 남자들이 많아져 길을 막는 통에 차가 엄청 막혔다. 그래도 누구 하나 화내지 않고 웃어 넘긴다.
오후엔 카혼 사우나를 가볼까 하다가 피곤해서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갈수록 점점 관광도 나태해져서 초기에 비해 반도 구경을 안 하는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확실히 게을러지긴 했다. 초반엔 내가 가자는 곳은 대부분 따라줬던 남편도 비슷한 관광지 같으면 자꾸 패스... 오랜 여행으로 재미가 떨어졌는지 그닥 호응도 없고 숙소에만 있으려 한다. 한국에선 주말에 집에 좀 있자고 말린게 난데...^^;;
새해 첫 날도 이벤트로 좀 비싸지만 시설 좋고 전망 좋은 스파에 가려고 했는데 접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둘 다 이젠 “이런 건 해봐야지!”하는 적극성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 뭐든 정답은 없다. 꼭 모든 걸 다 봐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이 일과인데 너무 안 다니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앞으로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트레킹이 많아지니 체력을 보충하자면 좀 늘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핑계를 삼아 본다.
12월 31일은 거리에 온통 재미있는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 바에서 분장하고 있는 사람들
여행에도 만성피로가 온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안 하니만 못하다 했다. 조금씩 발란스를 찾아야할 때. 남미 여행이 끝날 때까지 올 한 해처럼만 건강하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