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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3~335, 에콰도르, 키토]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코토팍시(Cotopaxi) 화산 트레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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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3~335, 에콰도르, 키토]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코토팍시(Cotopaxi) 화산 트레킹

JaneRyu 2019. 4. 3. 21:46

12.24~12.26

 

[키토, 코토팍시 화산 트레킹 정보]

- 한식품, 레스토랑 : Seoul Market 주변에 몰려 있음, Manna레스토랑 추천

- Quicentro 대형 쇼핑몰에 전자 제품, 아웃도어 등 대부분의 쇼핑 가능, 서울마켓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 코토팍시 트레킹 투어 : CarpeDM Adventure 여행사 1인 50달러, (조식, 중식, 가이드, 교통, 자전거와 장비, 우비, 간식 포함), 새벽 6시 반 ~ 오후 4시, 예약은 사무실에 가거나 WhatsApp(+593985341575)으로 가능, 고산약(후유증 있을 수 있음) 보다는 두통약 준비, 물과 초코렛을 많이 먹을 것

- 좀 더 저렴하고 체력 소모가 적은 트레킹을 원한다면 피친차 트레킹 추천, 힘들지만 다이나믹한 트레킹을 원한다면 코토팍시 트레킹 추천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컨디션이 영 별로여서 감기약 먹고 하루 종일 숙소와 옆 중식당만 오간 것 빼고는 침대와 한 몸인 듯 보냈다. 원래도 사이비지만 불교신자인지라 크리스마스는 챙기지 않았어두 하루 종일 인스타와 sns에 올라오는 크리스마스 사진들을 보니 왠지 뭔가 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내일 트레킹을 위해 오늘은 푹 쉬기로 한다.

코토팍시 투어를 알아보니 CarpeDM이라는 여행사에서 하는 투어가 가성비가 좋다고 들었는데 다른 두 곳을 알아보니 역시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전날 온라인 상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새벽 6시 반까지 사무실로 갔는데 함께 동행 할 인원이 9명이나 됐다.

 

 

여행사 버스, 아침식사, 에콰도르 초코렛

45분 정도 가다가 작은 식당에 들려서 아침을 먹었다. 간단하지만 맛은 괜찮았다. 다시 4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는데 중간에 작은 가게에 들려 초콜렛과 물을 산다. 에콰도르산 초코렛인데 맛이 괜찮았다. 9시 넘어 Cotopaxi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 가이드가 서류작업을 하는 동안 화장실 다녀오기. 대피소 화장실도 얼어서 못 쓰는 일이 잦은 듯.

국립공원 입구에서 로컬 가이드가 탑승했는데 필수란다. 가이드가 국립공원과 주변 원주민들의 생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줬다. 입구에서도 30분 넘게 차로 올라간 것 같다. 가면서 야생마와 버팔로 비스무리 소와 사슴 등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트레킹 할 장소에 도착.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곳.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우비를 나눠주는데 안 입었으면 많이 젖었을 것 같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뺨을 후려치는 바람!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가이드가 한참 시간을 줬는데 아마 고도에 적응시키려는 것 같다. 난 어지럼증이 시작돼서 가이드에게 말하니 걸으면 어떤지 보잔다. 난 걱정이 돼서 고산약이 있다고 하니 먹으라고 한다.

방수 옷이 아니라면 우비는 필수

블로그 정보로는 고작 200미터 정도 올라가는데 고산이라 그렇게 힘들단다. 각오하고 걷기 시작. 강한 바람과 맞서 걷자니 한 발 떼기가 힘들다. 가이드에게 보통 이런 날씨냐고 물으니 오늘 아주 안 좋은 거란다. ㅡㅡ;;

바람이 강해 구름이 밀려 난 찰나의 아래 풍경

나 챙기느라 더 힘든 남편 ^^;;

진짜 내 생전 가장 힘든 트레킹이었다. 위로 갈수록 바람이 너무 세서 몸이 뒤로 휘청거려 남편이 붙잡아 주어야 걸음을 뗄 수 있는 구간이 많았다. 바람에 맞서느라 온 몸에 힘을 주고 걸으니 몸은 천근만근. 열 발자국 가서 쉬고 다시 열 발자국 가서 쉬고를 반복했다. 중반을 넘어서는 너무 힘들어서 결국 바닥에 앉았는데 그 때 잠시 해가 나고 아래 풍경이 보였다. 짧은 찰나였지만 그래서 더 신기한 풍경이었다. 쉬었다 다시 걸으니 더 힘들다. 대피소가 보이고 30미터 정도만 가면 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남편은 나를 챙기다가 힘이 빠졌는지 다 와서 뒤쳐졌다.

대피소가 보이는 저 짧은 거리가 가장 죽을 맛

대피소 도착 전 10개 남짓 계단을 오를 때는 정신이 혼미했다. 해냈다는 생각에 넘 감격해서 남편을 부둥켜 앉으려는데.... 저리 가란다.... ㅡㅡ;;;; 나중에 남편 왈,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단다. 나를 챙긴다고 힘을 더 써서 그런가보다.

대피소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는데 어질어질...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구인지... 초코라떼 두 잔 주문하고 태극기를 찾아 인증샷! 따뜻한 초코라떼를 먹으니 좀 살 것 같았지만 어지럼증이 잘 가라앉지 않았다. 일행인 캐나다 청년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자기 생애 가장 힘든 산행이었단다. 아마 동행이 없었다면 도중에 포기했을 거라고. 그 말은 맞다. 우리 둘만 왔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 모른다. 한 2시간은 올라온 줄 알았는데 가이드가 45분 걸렸단다. ㅡㅡ;; 뭥미? 진짜 시간은 상대성이란 말인가... 원래 더 걸리는데 선발 그룹이 빨리 올라가는 바람에 더 빨리 올라왔다고... 흐미... 꽁무니에 있던 난 죽는 줄 알았는데....

내 얼굴 무엇?!! 표정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대피소에서 정상은 더 올라가야하는데 우리는 첨부터 올라갈 생각도 없었지만 이 날 날씨가 추워 길이 얼어 장비가 없으면 못 간다고 다 함께 하산. 4864미터 인증샷을 찍는데 또 해가 잠깐 나고 아래 풍경이 살짝 보였다. 지금 우기라서 구름이 많아 아래 풍경을 못 보는 게 아쉽지만 모든 여행지에서 날씨가 좋을 수는 없는 법.

그나마 내려갈 때는 훨씬 수월했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안쓰럽... 바람이 너무 쎄서 난 멈추고 싶은데 걸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버스를 타니 세상 이렇게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다. 버스로 내려간 후 중반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호수까지 가는 코스. 스위스에서 티롤 자전거를 탄 게 너무 신난 추억이 돼서 자전거 코스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코토팍시를 결정했다.

헬멧과 팔, 무릎 보호대를 다 주니 편하다. 처음엔 자갈길이라 느릿느릿 엄청 조심하면서 타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타는 게 안정되고 나서 고개를 드니 엄청난 풍경! 난 나무가 무성한 산도 좋지만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민둥산 초원도 좋다. 360도 막힘없이 펼쳐지는 화산지대 풍경이 시원스러웠다.

중간 중간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 찍기는 필수! 남편은 동영상 담당. 45분 정도는 내리막길이고 나머지는 평지. 곧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는 매우 아름다운 건 아니었지만 주변 풍경이 좋아서 시간이 있다면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십분 정도만 휴식. 난 빨리 호수에 갔다 오려고 가이드가 주는 따뜻한 차도 마다했는데 나중에 물 마시는 걸 소홀히 했다가 숙소에서 뒤늦게 후유증이 온 것 같다.

버스타고 아침식사를 했던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 갓길에 앉아 손을 내미는 원주민들이 엄청 많았다. 처음엔 걸인들인 줄 알고 어쩜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동냥을 하지? 차가 쌩쌩 달리는데 돈을 주는 사람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식사 후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주민들이란다. ㅡㅡ;; 그러고 보니 실제로 택시 한 대가 갓길에 서 있고 주변에 원주민들이 모여 있었는데 선물을 받고 있었나보다.

점심 식사는 꽤 맛이 괜찮았다. 감자 수프와 닭고기, 감자, 샐러드 등이 나왔는데 정갈하면서 담백했다.

식당에서부터 몸이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갑자기 너무 무거웠다. 숙소에 도착할 쯤엔 머리가 저릿저릿하고 점점 손과 얼굴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머리 저림이 너무 심해서 누가 내 머리에 쇠사슬을 묶어서 죄고 있는 느낌이었다. 놀라서 부부세계여행자 단톡방에 질문을 올리니 아마도 고산약 후유증 같다고... 아마도 고산약을 먹고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빨리 하산한데다 물도 안 마시고 피곤이 몰려오니 몸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 뭣도 모르고 답변이 오기도 전에 고산약을 하나 더 먹고 한 숨 잤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졌다. 후유증이 아니라 고산병인가? 계속 컨디션이 좋지 못했는데 트레킹 전 약 먹고 잠깐 괜찮아진 걸 과신했던 것 같다. 고산약 후유증인지 아님 약발이 떨어져 고산병이 도진건진 모르겠지만 예방법을 소홀히 한 내 잘못은 확실하다. 바보. 저질체력인 줄 알면서...

그래도 너무 뿌듯하다. 어려운 극기훈련을 마친 훈련병의 마음?ㅋㅋ 평생 가장 높은 고지대를 밟았고 악천후에 맞서 끝까지 완주했다는 성취감! 고작 1시간이었지만...

원래 계획으로 다음 날은 케이블카를 타고 피친차 트레킹을 하는 거였는데 취소. 피친차를 다녀오고 코토팍시 트레킹을 했어야 했는데... 대신 바뇨스에서 먹을 한식 재료를 사러 신시가지에 다녀왔다. 몸이 아직 덜 풀려서 이용한 택시비가 더 나왔지만 장바구니 두둑하니 맘이 든든하다. 신시가지는 도시다웠다. Quicentro라는 대형 쇼핑몰에 가니 ‘이래서 도시가 좋구나’ 싶더라.

계속 컨디션 조절을 못 해서 들리는 도시마다 제대로 관광을 못한 게 아쉽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원래 일정에 없던 나라라 페루까지 빨리 넘어가려고 과도하게 일정을 짠 것이 내내 발목을 잡는다. 바뇨스는 6박이나 하게 돼서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겠다. 기다려, 바뇨스!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