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245~252,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한달살이 시작! 가죽공예, 스페인어, 자수, 코바늘 배우기 본문

세계여행/멕시코

[D245~252,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한달살이 시작! 가죽공예, 스페인어, 자수, 코바늘 배우기

JaneRyu 2019. 3. 31. 17:10

9.27~10.4
[산크리스토발 정보]
-가죽공예 직업훈련소 :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하면 이미 다녔던 분들의 포스팅이 꽤 있으니 참고. 처음 등록시 여권사본, 인터넷이나 전기료 같은 고지서(숙소 주인에게 부탁해서 받아야 함), 무료이지만 재료비는 본인이 부담. 목공예를 하려고 했으나 위험해서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해야 들을 수 있음.
-자수, 폼폼, 코바늘 수업 : Punto y Trama, 대부분 1시간당 100페소(재료비 포함)


 


     
드디어 한달살이가 시작됐다. 산크리에 온지는 벌써 보름이 지났다. 운 좋게 그동안 보러 다닌 곳들보다 가장 나은 숙소를 구하긴 했지만 그래도 호베네스보다 어둡고 좁아서 하루 이틀 동안은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낮에 직사광선은 아니더라도 꽤 빛이 들어왔고 정말 다행인 것은 바람이 잘 통해서 눅눅하지 않아서 좋았다.

심난한 마음을 진정시켜 준 가장 큰 도우미는 주인집 고양이였다. 아침, 밤마다 서럽게 울어대서 문을 열면 스~윽 집안으로 들어와 한참을 놀다 가는데 요녀석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 후부턴 요녀석이 올 시간에 안 오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상과 함께 일주일이 지나자 이제 내 집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이 생기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김치와 반찬 담그는 일. 배추가 없으니 양배추로 겉절이를 담그고 오이무침도 했다. 오이가 너무 커서 조지아에서처럼 맛이 있진 않았다. 양배추 겉절이는 며칠 실온에서 익히니 어느 정도 맛이 나긴 했다. 장조림과 오이 무침을 넉넉하게 해서 지인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는데 맛이 그닥 있진 않았겠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그런데 새집에 들어간 후로 일주일이 넘도록 설사를 했다. 남편은 하루, 이틀 후로는 괜찮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난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어김없이 깨서 화장실을 갔는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심각하게 생각해봤다. 호베네스에서 지낼 때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새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은 후부터 시작됐으니 내가 한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산크리는 하수시설이 없어서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야한다는 건 알고 있어서 길거리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길거리 음식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가 정수되지 않는 물이 흘러들어간 강물로 키우다 보니 생식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아마도 오이무침과 양배추 겉절이가 문제인 것 같다. 김치를 직접 만들면 저렴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호베네스에서 푹 익은 김치를 사먹어야겠다.

일상은 이제 더 이상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처럼 반복됐다. 월, 수, 금요일은 스페인어 과외를 받고, 화, 목, 토요일은 자수나 코바늘 수업을 들었다. 집에 와서는 거의 습관처럼 자수나 코바늘 과제를 하고, 간간히 스페인어 공부도 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장을 봐서 밥을 해먹거나 할 일 없이 쏘다니거나 지인들을 만났다.

자수 선생님과 재희씨

공방 사장님이자 코바늘 선생님

수업 늦어져서 기다리는 남편들

남편은 먼저 가죽공예를 시작한 호진씨를 따라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원래는 목공예를 하고 싶어 했는데 위험해서 스페인어 설명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가죽공예로 바꿨다. 그래도 무료이니 그게 어디냐며 시작은 했는데 아직 기초 단계라 성과물은 없다. 
주말엔 재희씨 부부와 추천 받은 500 Noches 레스토랑의 라이브를 들으러 갔다. 산크리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는 주말 밤에는 라이브를 한다. 과달루페 거리나 500 Noches가 있는 거리에 몰려 있어서 걸어다니면서 자신이 좋은 음악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8시에 가면 좋대서 맞춰서 갔더니 이미 자리가 차서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앉은 후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자리는 실내가 아닌 실외 자리여서 라이브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비싼 값을 생각하면 강력하게 추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재희씨네도 전날 갔던 과달루페 거리의 작은 바의 라이브가 더 좋았다고 한다. 나도 집에 돌아가다가 우리 숙소 옆에 있던 바에서 흘러 나온 라이브가 더 좋아서 들어가고 싶었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어디가 더 좋다고 하기는 힘들겠다.

 라이브 바의 자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결혼식 파티 행렬을 보게 됐다. 맨 앞에 커플이 앞장서고 뒤를 하객들과 댄서들이 따랐는데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이 무지 신났다. 
주말 밤이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자주 있어서 주말은 물론이고 밤에 소깔로 주변 거리들을 다니면 의외의 볼거리를 만날 수가 있다. 
자수 수업은 6시간으로 끝내고 코바늘도 작품 하나 뜨고 나면 끝. 그 다음은 주말 근교 투어와 살사 수업이 남아 있다. 쿠바에 가기 전에 꼭 살사를 배우고 가라는 재희씨 얘기에 네 시간 정도 들어볼 생각이다. 내가 여행하면서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것이 장기여행자의 특권이지! 이번 주말엔 수미데로 협곡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