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110~111,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인근 캠핑] 해변 캠핑장의 완벽한 하루, 여행 중의 마음 연습 본문
[D110~111,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인근 캠핑] 해변 캠핑장의 완벽한 하루, 여행 중의 마음 연습
JaneRyu 2019. 3. 30. 21:335.13~5.15
[스플리트~두브르부니크 중간 지역 Zaostrog 캠핑]
-캠핑장 추천 : Camp Viter 2인+전기 첫날 167쿠나, 둘째날 152쿠나, 시설 괜찮음, 풍경이 최고(뒷편은 산, 코앞은 자갈 해안가)
크로아티아의 숙소비가 캠핑장 가격과 비슷해서 아직 한 번도 캠핑을 하지 않았다. 숙소를 찾는 것도 귀찮고 슬슬 좁은 방안에 갇혀 있는 게 지루해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스플리트 관광을 마치고 캠핑장 가는 길에 오비스나 마카르스카 같은 도시를 들리려고 했었다. 근데 슬슬 구름이 끼고 있어서 비오기 전에 텐트를 치는 게 나을 것 같아 캠핑장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 해안 도로 풍경은 또 기가 막힌다. 스플리트를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큰 돌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그 산허리 쯤에 매달려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은 정말 짱이다~ 이 날은 구름이 모자가 되어 산 머리에 얹혀 있으니 더 기막힌 풍경이 됐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바로 코앞에 자갈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해변이 있고 사이트 뒤로는 큰 돌산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으니 진짜~ 이렇게 완벽할 수가! 크로아티아의 해변 캠핑장에서 여유롭게 며칠 있고 싶었는데 이곳이 딱 그곳이구나! 바로 2박 결정~
밀린 빨래도 하고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해질녘이 돼서 바닷가로 나갔다. 입구에서 다섯 발자국만 나가면 바로 바닷가~ 깨끗한 자갈이 깔려 있는 해변이라 여름에 놀기 딱 좋겠다. 방파제에서 노을을 바라보면서 한참 사진을 찍고 뒤로 펼쳐진 산을 바라보는데,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산방산이네~” ^^;;;
떠나기 전 1년 동안 준비하면서 캠핑을 다니면 좋은 경치에서 남편은 꼭 이랬었다. “자, 여기가 이탈리아의 캠핑장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스위스 호수 근처야~”, “여기가 뉴질랜드 계곡이라니깐!” 이랬는데 요즘엔 어디만 가면 한국의 비슷한 곳을 찾아내곤 한다. 근데 것도 꼭 들어맞는 곳을 잘 찾아내서 반박을 할 수 없다. ㅋㅋ
완벽한 하루가 될 수 있었는데 이 날 밤에 걱정거리가 날아들었다. 둘 다 무거운 마음으로 잠을 들 수 없어서 늦은 시간까지 뒤척였다. 세상 무너질 일도 아니고, 여행을 접어야하는 그런 일도 아니였지만 한국에 없는 우리로썬 그냥 손 놓고 있다가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 마음 한 쪽이 찜찜했다. 마음을 비우면 되는 일이였다.
다음 날 아침의 화창한 날씨가 그나마 마음을 달래주었다. 아침을 먹고 책을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남편은 캠핑장에서 못 봤던 예능들을 몰아서 보기로 한 모양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저녁에 본 바다와는 전혀 다른 색의 푸른 바다~ 지난 밤의 걱정거리가 잠시 잊혀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 동안은 자갈에 누워 책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문득문득 어제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두워졌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면 안되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망치면 안돼~’ 자주 듣는 법륜스님이 하시던 말씀을 생각했다. ‘화가 날 때는, 번민이 일어날 때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단번에 끊어버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화창한 날씨를,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내가 스스로 망치고 있구나....
생각을 끊으려 뭘 해야하나 생각하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인스타 라이브가 생각났다. 한 번도 해보진 않았는데 내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을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라이브를 시작하니 가장 먼저 몇 년 전 체코여행에서 인연이 된 친구가 들어오고, 인친님들, 발리섬에서 만났던 친구, 직장에서 마음으로 의지했던 선배님도 들어오셨다. 정말 세상 신기하다~ 쑥스럽기도 하고 파도 소리가 묻힐까 채팅으로만 인사를 했다.
모두가 내가 이런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이나 할까? 그러니 내가 이러고 있는게 말이 안되지~ 오늘을 생각했다. 오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그리고 저녁식사 거리를 생각했다. 남편에게 가니 막 나에게 오려고 하던 참이었나보다. 함께 근처 가게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준비하려는 순간 비가 쏟아져 현재 텐트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번민을 끊는 연습. 현재를 사는 연습. 가볍게 살아가는 연습.
여행 자체가 내가 가진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여행은, 내가 해결해나갈 방법을 찾고, 연습할 시간을 주고, 잘 안될 때 빨리 벗어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기회를 주는 것 뿐이다. 결국 여행은 내 마음이 결정하는 거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오늘 저녁은 반강제 다이어트인가? ^^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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