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의 여행 일기장
[D204~205, 아르메니아, 예레반] 숨겨두고 싶은 명소 Mirzoyan Library, 예레반에서 꼭 봐야할 Singing Fountains 본문
[D204~205, 아르메니아, 예레반] 숨겨두고 싶은 명소 Mirzoyan Library, 예레반에서 꼭 봐야할 Singing Fountains
JaneRyu 2019. 3. 31. 14:558.17~8.18
[예레반 정보]
-추천 카페 : Republic Square 근처 Mirzoyan Library
-Singing Fountain : 매일 밤 9시~10시
며칠 동안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는데 더위 때문인지 이상하게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오후에 한 곳만 보고 들어오기로 했다.
이틀 전에 점심을 먹으러 갔던 카페에서 무료로 배치해두는 예쁜 예레반 가이드 지도를 가져왔는데 숨은 명소가 있지 않을까 꼼꼼하게 읽어 봤다.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였고 그 중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Mirzoyan Library"는 작은 도서관인데 사진 전시도 볼 수 있고 카페도 함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것 같았다. 더운 낮에 가서 구경도 하고 쉬다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찾기 어려운 입구
2시까지 숙소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슬슬 방도 더워지고 배가 고파져서 노트북과 여행메모장을 들고 고고~ 더워서 첨으로 택시를 타봤는데 싸서 이후로 자주 애용했다. 예레반은 관광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매우 불편해서 주로 택시를 타거나 걸어 다닌다.
처음에 입구를 찾느라고 좀 헤맸다. 표지판도 없을뿐더러 차도 앞 건물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라 입구를 찾아도 맞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구조였다. 어두운 입구 안쪽에 작은 나무 표지판에 Library라고 써져 있는 걸 보고야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입구를 들어서면 사방이 건물에 둘러 싸여 약간 그늘지고 뻥 뚫린 공간이 나왔다.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한쪽 담에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왼쪽에 오래 된 목조 건물이 있었는데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올드카페에 가까웠다. 한 층 올라가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도서관을 안내해준다.
한쪽 방을 열쇠로 열어주는 걸 보니 항시 열어두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크기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가정집의 서재라고 해야겠다. 한쪽으로 책이 꽂혀 있고 나머지 공간엔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아르메니아 사진가가 모으기 시작한 책과 외지인들이 보내준 책들이 대략 600권정도 있다는데 대부분 사진관련 서적이다. 사진이 취미라 천천히 책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직원이 다시 방을 잠그려는 듯 서있어서 금방 나왔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사진이 전시돼 있는 실내 공간이 있고 한 쪽 방은 카페였다. 전체적으로 빈티지 느낌의 가구들과 오래 돼서 고풍스럽기까지 한 목조 테라스가 너무 맘에 들어서 사진 찍느라 정신줄을 놨다.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가 모델인 사진이 전시돼 있었는데 사진과 제목의 매치가 재치 있었다.
남편을 남겨두고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카페 한쪽은 아르메니아 전통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었다. 1층 담벼락에 전시된 사진은 이 곳에서 진행한 인스타그램 사진전에서 우승한 사진들이라고 한다. 작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알게 돼서 운이 좋았다. 남편도 아르메니아 시내에서 간 곳 중 가장 맘에 든다고 좋아했다.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플레이트가 맘에 들었다. 맛도 좋았고 양도 많았다. 2시간 가량 있었는데 내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왔다. 몇 곡이 끝나면 직원이 들어와 CD를 일일이 선곡해서 틀어주었다. 근데 모든 곡이 이 곳과 잘 어울리는 듯해서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나왔으니 그냥 들어가기 아까워 근처에 블루모스크를 보러 갔다. 잠깐 걸었는데도 너무 더워서 금방 지친다. 블로모스크 외벽 타일이 예뻤지만 크게 볼 게 없어서 별로 추천하진 못하겠다.
그런데 모스크를 가던 길에 공화국 광장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광장 주변 차량 통제를 하고 중앙에는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분수대 앞에 무대가 세워지고 있었는데 오늘 뭔가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다. 경찰이 매우 많아서 그냥 콘서트는 아닐 것 같아 물어봤더니 오늘이 Revolution으로 정권이 바뀐지 100일이 되는 날이란다. 그래서 그동안 협의했던 사항들과 앞으로의 국가 정책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온다는 거다! 우리 나라 대통령도 실제로 못 봤는데 아르메니아 대통령을 보게 생겼네~
모스크에 다녀와서 다시 광장에 돌아오니 무대에서 DJ가 음악을 틀어주고 아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깨에 국기를 감싸거나 대형 국기를 들고 몰려 다녔다.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치 우리 나라의 촛불집회를 보는 듯 했다. 똑같은 상황을 지구 반대편 아르메니아에서 보고 있자니 기분 참 묘하다. 모습은 달라도 살고자 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은가 보다.
이 신나는 분위기를 끝까지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남편의 다크서클이 넘 애처로워 숙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 쪽으로 몰려가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었다. 이 날 밤새도록 길거리에서 노래와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은 외곽의 가르니 신전에 가기로 했는데 전날 둘 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 한 낮엔 더위 때문에 다닐 엄두가 안 나니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가기로 하고 해가 누그러질 때까지 숙소에서 꼼짝 하지 않았다. 결국 밤이 돼서야 야경을 보러 나왔다.
확실히 아르메니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더운 날씨 때문에 낮엔 한산한 관광지와 쇼핑거리가 밤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조명과 아이들 놀이 기구 덕에 더욱 활기차 보인다.
분수대로 가는 길에 있는 자유광장 호수에서는 공연 이벤트가 벌어져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분수쇼를 봐야하니 이 곳은 그냥 슬쩍 보고 패스~
5분 전에 도착해서 내셔널 갤러리를 바라보는 곳에서 기다렸다. 정각이 되니 웅장한 음악과 함께 시작된 분수쇼!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여행하면서 제대로 된 분수쇼를 본 건 이 날이 처음이다. 클래식, 팝,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한시도 똑같지 않은 모션과 조명의 분수쇼에 완전 매료돼 버렸다. 분수가 어쩜 저렇게 음악에 딱 맞게 움직일 수가 있을까? 조금 과장을 덧붙여 마치 인간 공연단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크라이막스 부분에서 솟구치는 물줄기와 공중에서 바람에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이 통쾌하고 아름다웠다. 15분에서 30분 정도 하겠지 했는데 쇼는 1시간 동안 계속 됐다. 이런 아름다운 쇼를 1시간이나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예레반을 사랑하게 됐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오기 시작했다. 난 너무 공연에 심취해서 번쩍이는 번개조차 이 쇼의 일부분인 양 좋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니 남편이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조금씩 떨어지는 비를 맞으면서 잠깐만 잠깐만 하다가 결국 사람들이 죄다 피하고 나서야 돌아가기로 했다. 트빌리시와 예레반에서 날짜가 맞지 않아 보지 못한 공연에 대한 갈증을 모두 풀었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어제와 오늘, 본 것은 한 곳씩이지만 여러 곳을 본 날보다 더 좋았다. 이 핑크 도시를 떠나기 아쉬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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