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5~127, 그리스, 산토리니섬] 아름다운 산토리니 이아마을의 야경과 힘겨운 여행 2
5.29~31
- 피라마을 주차 : 입구에 무료 대형 주차장이 두 곳 있음. 이아마을보다 피라마을이 더 상권이 크게 형성돼 있음.
산토리니 둘째 날 아침, 남편의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 오전까지 숙소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바람은 불지만 테라스에서 책도 읽고 바다 보며 멍도 때리고~
1시에 걸어서 이아마을 구경에 나섰다. 전날 노을진 마을을 보긴 했지만 햇빛이 쨍할 때의 마을은 또 다르다~ 코발트빛의 파란 바다와 파스텔톤의 마을은 언제 봐도 환상적이다. 골목 끝에 다다르니 흰 풍차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선셋 포인트인 전망대가 있었다.
우리는 전망대 가기 바로 전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사실은 남편이 방심하다 갑자기 움직이면서 허리 통증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고질병은 한국에서도 있었던 터라 운동을 권유했었는데 소홀히 했던 것이 이렇게 탈이 나는 것 같다.
조심해서 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후로 남편은 계속 숙소에서 쉬고 나는 야경만 찍으러 잠시 이아마을에 다시 다녀왔다.
야경을 찍으며 많이 속상했다. 전날 마을에서 함께 노을을 잠시 보긴 했지만 이아마을의 야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가까운 숙소를 잡은 건데 또 다시 혼자 볼 수 밖에 없다는게 속상했다. 물론 나보다 남편이 더 속상하고 아쉬웠을거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전망대에서 빠져나오는데 오래 걸려서 돌아오겠다는 시간보다 약간 늦었는데 걱정된 남편이 골목까지 나와 있었다. 근데 상태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아픈 남편을 두고 괜히 나갔다 온 것 같아서 더 미안해졌다. 나가기 전까지는 심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허리를 부여잡고 걸어가는 남편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전보다 더디게 낫는 것도 그렇고 나았다가도 자꾸 재발하는 것이 이대로 계속 여행을 진행하다가는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산토리니를 나가면 당분간은 이동은 자제하고 쉬기로 했다.
섬을 나가는 날도 힘들게 섬을 둘러봤다. 나는 그냥 캠핑장 같은 곳에 들어가서 페리 시간까지 텐트 치고 누워있자고 했는데 이곳까지 와서 가만히 누워있기 아깝다며 남편이 고집을 부렸다. 걱정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피라마을, 레드비치는 입구까지만 갔다가 대부분 차로 드라이브만 했다. 나는 계속 남편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고 남편은 내가 걱정할까봐 덜 아픈척 하면서... 블랙비치에 가서는 더 이상 차 안에 앉아 있기 힘들어서 썬베드를 빌려 두 시간 정도 누워 있었다.
6시가 넘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 앞 음식점에서 그리스 전통음식을 먹었다. 밥만 먹고 차에서 쉬려고 차쪽으로 갔는데 조금 떨어진 차에서 경찰이 주차티켓을 끊고 있었다. 정말 간만의 차로 과태료를 면했다! 페리는 1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올 때와 똑같은 자리에서 편하게 누워서 가게 됐다. 그리스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나라로 기억될 것 같다.
아테네 중국마트 주변에서 대낮에도 주사로 마약을 투약하던 사람들, 대형몰이 통째로 망해서 삭막하게 비어 있는 건물들... 예전에 비해 못 보던 충격적인 도시의 뒷모습을 보게 된 것도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을 것 같다. 가장 기대하면서 달려온 그리스였는데 우리에게는 운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아쉽지만 모든 나라가 다 좋을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