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25, 네팔, 푼힐트레킹] 천의 얼굴
[푼힐트레킹 정보]
- 푼힐 전망대 : 45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나 한 시간 넘게 걸림. 올라갈 당시엔 안개가 많았으나 일출 볼 때는 걷혀서 일출을 볼 수 있었음. 입장료 50루피.
- 고레파니 - 타다파니 구간 매우 힘듬. 5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6시간 걸림. 스틱이 매우 도움됨.
- 타다파니 숙소는 배터리 충전, 핫샤워 모두 돈을 내야 함.
- 타다파니 - 간두룩 (2시간 반) 구간 대부분 내리막이라 어렵지 않음.
- 간두룩에서 German Bakery 옆길로 15분 내려오면 (1시간 마다) 포카라 가는 로컬 버스 있음(4시간 정도 걸림). 1인당 400루피였으나 알고 보니 관광객에게만 2배 이상 비쌈. (나중에 표를 가져가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
전날 안개가 자욱하고 눈발이 날려 모두들 다음 날을 걱정했다. 새벽 밤하늘에 별을 보고 안심이 됐다.
아직 깜깜한 새벽 5시 반에 조용히 한 쪽 길로 올라가는 수많은 헤드랜턴들. 좁은 등산로를 일렬로 오르는 모습이 마치 좀비들 같다. ㅋㅋ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숨은 점점 차오르고 다리는 이게 내다리인지 네다리인지 모르게 천근만근. 45분 정도 걸릴거라 했는데 우리는 점점 뒤쳐져서 한 시간 반이 걸려버렸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일출이 시작하는 찰나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자욱하던 안개도 차츰 걷혀서 일출이 시작할 때는 파란 하늘, 붉은 햇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나름 빨빨거리고 다녀서 괜찮은 일출 풍경은 자주 봐왔었다. 하지만 이 곳은 산이 다르지 않던가! 배경이 되는 안나푸르나 산맥은 그야말로 장관 중에 장관이였다.
우리는 구름 위에 있었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360도 설산, 설산, 설산, 하늘, 하늘, 하늘이였다. 거기다 이 곳에 오른 사람들에게 이 풍경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내 두발로 3000천 미터 넘는 곳을 몇 날 몇 일을 걸쳐 올라왔기 때문이리라! (찔린다.....)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고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1200미터인 카트만두에서 머리가 좀 아파서 고산병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너무나 멀쩡했다. 전날 고생한 배앓이도 공기가 좋아서 금방 나은 것 같다. 뭣보다 이런 풍경에선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셔터 누르기 바쁘니까~
한쪽에서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뭔가 했더니 중국 단체 트레커들이 반신 탈의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날 하루 종일 이 분들과 함께 하산을 했는데... 좀 힘들었다.. 이 좋은 산에서 새소리, 물소리가 아닌 중국어가 만발했다. 아주 크게... ^^;;
사람들은 다음 일정 때문에 바삐 내려갔는데 우린 타다파니까지 6시간이나 걸리는 줄 까맣게 모르고 사진 찍느라 한참을 노닥거렸다. 해가 뜨고도 구름과 안개가 만가지 형상을 만들며 매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니 어찌 내려갈 수 있으랴~ 구름이 완전히 산을 가린 후에 정신 차리고 숙소로 내려왔다.
산을 오르면 응당 내려가게 돼 있는 법. 너무 쉽게 올라서인지 내려가는 길이 이리 힘들 줄 몰랐다.
6시간 동안 가파른 산을 세, 네 개를 넘은 것 같다. 아주 깍아지른 계단을 내려가다 바로 앞에 높은 산을 쳐다보고 '설마, 저기를 넘어가진 않겠지?' 했는데... 아래서 올라오는 사람에게,
"Are you coming from that mountain?" "Yupe!!!" ㅡㅡ;;;;; oh.... sh...
타다파니까지는 전날 봐왔던 숲과는 전혀 다른 곳이 펼쳐졌다. 몇 백년은 넘을 것 같은 나무들이 빼곡하고 건기인데도 이끼가 온 나무를 감싸고 있다. 흡사 '반지의 제왕'의 괴물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나무들이 어찌나 구불구불한지 갑자기 움직여 걸어올 것만 같다.
타다파니에 도착할 때쯤엔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남편은 오죽했을까. 내가 미안해 할까봐 티도 못 내다 숙소에서 어그적어그적 걷는 걸 보고 정말 미안했다. 오랜만에 너무 힘든 산행이였다.
마지막 산행. 이끼 낀 고목들 사이로 걸어가는 남편이 흡사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이 오묘한 숲.
우리 나라 산과 다르게 갑자기 산이 뚝 끊겨 다른 산이 시작된다. 그래서 계곡이 좁고 더 가파르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물색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했다. 이 곳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며칠 동안 지켜보니 외국인들은 자신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대부분 네팔인들이 버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숙소 사장님이 "네팔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이 뭘 가지고 있는지 몰라요." 하셨다. 아름다운 산을 가지고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꾸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했다.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구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야생꽃들이 옹기종이 피어서 그 귀여운 자태 때문에 계속 히죽히죽 거렸다. 거대한 산 속에 이런 앙증맞은 꽃들이라니.. 참 언발란스하네~
다행히 마지막 날은 힘들이지 않고 3시간 산행으로 끝이 났다. 근데 숙소로 돌아오는 로컬버스를 4시간 타고 오는게 산행보다 더 힘들었다. 창가 쪽에서 밑을 쳐다보면 바퀴가 닿은 땅이 안 보여 1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였다. 게다가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3시간동안 흙먼지를 마셨다.
숙소로 돌아오니 사장님이 박수를 치며 고생했다고 맞이 해주는데, 나도 절로 내 어깨를 토닥토닥이며,
"감사합니다~ 고생했어요~ ㅜ.ㅜ"
솔직히 짐이 적어서 할 만 했고, 적응될 만할 때 끝나서 크게 힘든 줄은 몰랐지만 고단하긴 했다.
짧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이루어 냈다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겨 뭔가 풍부해진 느낌이다.
이틀 푹 쉬고 비슷한 산행을 다녀 온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네팔을 자주 찾아와 더 힘든 코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내려오니 또 가고 싶어지는 이상한 마음.
남편이 이런다. "ABC 코스는 친구들이랑 한 번 와야겠어."
네... 보내드리지요~ 심수종 포터~ 고생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