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네팔

[D21-23, 네팔, 푼힐트레킹] 산의 삶

JaneRyu 2019. 3. 29. 11:23

[푼힐 트레킹 정보]
- 3박 4일 일정 : 포카라(지프3시간) - 울레리 트레킹 시작 -  (3시간) 난간단티(1박) - (2시간) 고레파니(1박) - 푼힐(1시간 반) - (6시간) 타다파니(1박) - (3시간) 간두룩(로컬버스)- (4시간) 포카라 (울레리에서 고레파니까지 하루에 가능함)
- 요즘은 울레리까지 지프가 올라감. 간두룩에서 15분 내려오면 로컬버스, 택시, 지프를 탈 수 있음.
- 지프(택시) 한 대당 5천 루피. 포카라 숙소에서 사람들과 쉐어함. 간두룩에서 포카라까지 로컬버스 400루피(외국인이라 더 받음). 
- 음식이 비싼 것도 있지만 입에 맞지 않아 라면을 사가거나 플레인라이스를 시켜서 고추장과 김 등을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함. 
- 스틱 필요. 계단이 많아서 스틱이 요긴함.
- 와이파이 100루피, 물 1리터 100루피, 핫샤워 150루피 등 모든 것에 돈이 부과됨.
- 베드버그 조심. 경량 침낭 필요. 밤에는 추운데 숙소 방에는 난방이 안됨(물통에 뜨거운 물 넣고 안고 자면 좋음).
- 고레파니 숙소 추천 : 가장 전망 좋은 세 곳은 NiceView Lodge, Superview Hotel, Hilltop Hotel.
   셋다 방값은 비슷함. Niceview Lodge 는 전망이 가장 좋고 방이 저렴하지만 방 안에 콘센트 없음. 1층에서 가능. 하지만 식사가 가장 나아서 추천함. 주인과 스탭들이 모두 친절함. Superview hotel은 가장 시설이 좋은 듯. Hilltop은 커피 머신이 있어 제대로 된 커피를 즐길 수 있음. 


 



개발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나같은 체력 저하인에게 개발은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트레킹 시작점인 나야풀에서 울레리까지 해발 700미터를 6시간 동안 올라야하는 고된 길인데 요즘엔 지프차가 울레리까지 올라간다니... 기뻐해야할지 아쉬워해야할지...

3시간을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달려 도착한 울레리는 해발 2천 미터가 넘었다. 곳곳에 경사가 족히 45도는 더 돼보이는 절벽에 가까운 산 전체를 계단식으로 개간하여 이룬 논과 밭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도대체 저 넓은 땅을 일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피땀을 들였을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

도시에선 차가 필요하듯 이들에겐 작고 단단한 당나귀가 귀한 자산인 것 같다.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운반해주고 땅을 일굴 때도 한 몫하는 귀하디 귀한 존재. 이 높은 산에선 아무리 좋은 트렉터도 무용지물이라 말과 소가 꼭 필요하단다. 그러고 보니 높은 산에서의 삶은 아무리 좋은 기계도 낡은 쟁기보다 소용없게 만드는 강제 보존의 삶인 것 같다. 지금 이들의 삶은 아마도 몇 백 년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온다.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셀카로 사진을 찍어주자 한 참을 들여다본다. 자기도 너무 귀여운 걸 아는 양~ ^^  어디든 어린 아이의 얼굴은 순수하다.

내 체력을 걱정해서 내 몫까지 짊어지느라 16KG나 되는 가방을 이고 세시간을 내리 걷느라 얼굴이 반쪽된 남편을 위해서 일찍 숙소를 잡았다. 이곳은 대부분 가족이 함께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 오픈식 레스토랑.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아침에 먹은 치즈토스트 맛에 깜짝 놀랐다. 손수 만든 치즈가 정말 진하고 담백했다.

근데 이 곳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명랑발랄한 따님 때문이다. 하이톤으로 우렁차게 주문을 받고 혼자서 노래를 불러가며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수거하고 한 시도 놀지 않고 가게 일을 돕는 착한 딸. 다른 딸(딸이 아닐수도?)은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데 요, 이쁜 따님은 밝은 얼굴로 뭔가를 계속 찾아서 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산 아래 여느 시골보다 더 시골인 곳에서 매일 똑같은 가게 일을 돕는다는게 지루할 수도 있을텐데 어쩜 저리 신난 표정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도시에서의 신나는 일들을 겪어보지 못했으니 알 수도 없겠거니와 인터넷도 되지 않아서인지 궁금하지도 않는 것 같다. 우리 어릴 적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원과 공부에 찌들고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핸드폰 게임만 붙들고 있는 우리 아이들 얼굴과 너무나 비교된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신나서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얼짱 각도를 하는 이 이쁜이들~ ^^

둘째 날도 걷기 시작. 산이 높아지니 계곡도 깊어진다. 물은 사진기로는 담겨지지 않게 투명했다. 가슴아픈 것은 이렇게 깨끗한 곳에 플라스틱 병이나 과장봉지가 심심찮게 보인다는 것이다. 자연이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건 그만큼의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베트남에서도 느꼈지만 쓰레기 장으로 보내지지 않고 거리에 방치된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다면 그 양은 어느 한 나라를 모두 덮을 정도일거다. 참... 슬프다....

첫째 날은 세 시간, 둘째 날은 두 시간 반.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도착한 고레파니 마을. 푼힐 정상을 오르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거쳐야하는 마을이다. 산 속을 걸어오다 이 마을에 도착하면 마을 골목 사이로 갑자기 설산이 보인다. 비로소 안나푸르나 산맥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런 믿지 못할 풍경을 보면서 정말 저 산이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사진 속 같은 장관이였다. 포카라 숙소에서 트레킹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들은 고생담에 비하면 너무 쉽게 그 유명한 안나푸르나를 맞이하게 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마침 이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였다. 베트남에서 날씨 운이 지지리도 없었는데 그게 다 오늘을 위해서였다고 믿게될 정도로 깨끗한 하늘이였다. 트레킹 했던 내내 이런 날씨를 다시 만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

푼힐 전망대에서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마을에 하루 머문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여기선 참 평등하게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같은 풍경을 보며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이란 밥 먹는 것, 차 마시는 것, 책 읽는 것, 걷는 것 정도이다. 이 정도면 평등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이면 그 유명한 푼힐 전망대의 일출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저녁식사가 체하는 바람에 다음 날 하루를 침대에서 보냈다. 그래서 우리의 일정은 3박 4일이 아닌 4박 5일이 되었다. 운 좋은 하루를 보냈더니 방심했나 보다. 그래서 몸이 말해준다. 아직 안 끝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