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 네팔, 카트만두] 다른 세상의 골목
[카트만두 정보]
- 공항에서 약간 환전 후 숙소까지 택시 탐 : 환전소 옆에 택시 티켓 파는 사람이 있음.
타멜거리까지 800루피(밤 할증)
- 포카라 버스 : 타멜거리 한식당 '축제'에서 식사 후 예약. 1인 700루피. 대부분의 숙소에서 가능한 듯. 아침 8시까지 타는 곳으로 가서 자신의 버스를 찾아야 함. (예약시 타는 곳 알려줌). 타기 전에 화장실 사용 가능. 1시간 반~2시간에 한 번씩 휴게소 들림.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전날 빵을 사두는 것이 나았음.
- 버스 이동 전 날 저녁에 현지식을 먹은 후 설사를 시작해서 매우 불안했음. 피자나 샌드위치 등 간단히 먹어두는 것을 추천함.
- ATM 현금 인출 수수료는 네팔 어딜 가든 500루피(5천원)인 듯.
- 두르바르 사원이나 주요 관광지는 입장료 1000루피로 비싸서 안 들어감. 골목만 구경해도 신기한 게 너무 많음.
- 먼지와 매연 심해 마스크 필수. 밤에는 쌀쌀한데 난방기가 없어서 침낭 따로 씀. 점점 따뜻해지고 있음. 낮에는 반팔 입을 정도.
베트남의 혼잡한 오토바이 행렬에 보름을 시달리다 밤늦게 도착한 카트만두는 의외로 너무 조용해서 안심했다. 근데
아침에 맞이한 카트만두의 거리 풍경은 베트남보다 충격적이였다. 가장 번잡하고 오래 된 골목을 첫 풍경으로 보게 됐으니 그 충격이 더 컸겠지만 이 정도로 낙후된 모습일 줄은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젋은 날 이집트 여행을 했을 때를 기억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좁은 골목에 펼쳐지는 현지의 모습은 내가 이제껏 본 적 없는 풍경이 많았다.
흙먼지가 가득한 좁은 골목에 차들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지나가고 어두운 건물들 사이로 바쁘게 걸어가는 네팔인들의 까무잡잡한 얼굴들이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보였다. 무채색의 공간에 간간히 보이는 원색의 옷감과 이마에 찍은 빨간 빈디가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마스크가 없이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공기는 탁한데 그 거리에 앉아서 장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작은 나무문들이였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가게들은 한 눈에도 1평 정도 밖에 안되었고 전면에 나무 문들이 달려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전시의 효과는 전혀 없는 형태였다. 이런 건축 양식 때문에 '난 또 어떤 세상에 와 있는건가...' 생각이 들게끔 했다.
생활 수준은 낮다 하여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 똑같으니 어디든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리 한 쪽에서 모여 웃고 떠드는 여인들의 화려한 원색 옷들이 어두운 건물의 배경과 너무나 대조돼 보였다. 어딜가나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같으리라.
심심찮게 도시 곳곳에는 지진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몇 해가 지났어도 지진의 피해를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문화재는 고사하고 벽이 갈라져 빗물이 들어갈 것 같은 주거지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지만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었다. 며칠 전 포항에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는데 남일 같지가 않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끔씩 든 생각이 있다.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은 자신의 삶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살고 있을까?' 하는...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돈보다는 조금씩 개인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이들도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바보같은 생각인 줄 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인 사람에게 행복을 위해 뭘 하고 있냐고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하지만 힘든 삶이든 풍족한 삶이든 그 안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생각은 뜬금 없고 몸은 게을러지는 나라다. 단 두 시간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먼지에 지쳐 일찍 숙소로 복귀해 오후 내내 방에만 머물렀다. 많은 걸 하지 않아도 피곤한 도시였다. 처음엔 충격을 주고, 갈수록 의문을 남기고, 결국엔 먼지를 내어 준 도시. 내일은 포카라로 하루 종일 이동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