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베트남

[D13~15, 베트남, 호치민] 혼돈의 도시

JaneRyu 2019. 3. 29. 11:12

[호치민 정보]
- 1박 2일 정도면 충분한 듯.
- 하노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토바이와 차가 많아서 매연이 심함.
- 괜찮았던 관광지 : 중앙우체국, BOOKSTREET(중앙우체국옆 골목), 벤탄시장, 전쟁박물관
- 오바마 분짜 분점 있음.( 모빌렛사이공호텔 (주소 190 Cong Quynh) 앞 페밀리마트 편의점 옆)
  그동안 먹었던 쌀국수 중 가장 맛있었음.



호치민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하노이의 오토바이 행렬은 호치민에 비할 바가 아니였다. 그만큼 더 정신없고 혼잡했다. 인도에 주차를 하는 건 예사로 알고 있었지만 막히는 거리에서 인도가 졸지에 오토바이 차로가 되면서 사람이 걸어다닐 곳이 없어지기도 하는 도시다. 

점심을 해결하고 벤탄시장을 가려고 우리나라로 치면 이태원 쯤 되는 거리를 지났다. 아스팔트를 새로 포장하려고 길을 모두 갈아 엎었는데 먼지가 말도 못했다. 근데 사람들은 오픈형 레스토랑에 앉아 그 먼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음식점들이 모두 단체로 항의하고 민원 때문에 벌써 공사가 중지 되고도 남았을텐데 이들에겐 이런 일쯤은 일상이라는 듯 태연히 장사를 하고 관광객들은 또 익숙해진 눈치다. 불과 20년 전엔 우리나라도 이러했을진데 참.... 뭐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펼쳐지니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건 항상 복잡미묘한 일이다.

벤탄시장은 우리 나라로 치면 남대문의 여러 구역을 한 곳에 몰아 넣은 곳이다. 한 건물 안에 한 쪽은 옷감을 팔고, 한 쪽은 과일과 커피/견과류, 한쪽은 의류, 한쪽은 음식점 등 구역을 나눠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한 옷가게에서 몸빼 반바지를 사려고 가격을 물으니 우리가 선하게 생겼는지 알던 가격의 세배를 부르는 게 아닌가. 우리가 이게 말이냐 방구냐는 식으로 어이없어 고개를 돌리니 가격이 점점 내려가더니 급기야 우리가 알던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값을 부르는 거다. 난 내가 딴에는 베테랑 여행자라고 생각했는데 쥐뿔도 모르면서 까불었나보다. ㅋㅋㅋ

아무리 현지인들처럼 해보고 싶어서 길거리 음식점에 앉아서 쌀국수를 먹어보고,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셔봐도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장소는 따로 있다. 아직 베트남은 여행자들에게는 정복하기 부담스러운 거리음식점들이 많다.

구글 트립에서 남편이 발견한 '책거리'.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알고 얘기 해줬는데 당연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봤다. 내 기대는 대만족! 베트남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 곳이다. 책이 있어서도 좋았지만 예쁜 인테리어도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오토바이가 들어올 수 없는 거리여서 한적하고 깨끗했다. 대부분 베트남책이라 사긴 힘들지만 책카페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꿀같은 시간이였다.

책거리 바로 옆에는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었다. 대성당과 중앙우체국. 남편은 우체국이 뭐 볼게 있냐며 입을 삐쭉댔는데 막상 들어가서는 마음에 들었는지 내일 이곳에 와서 엽서 한 장씩 쓰자고 했다. 물론 다시 오진 않았지만 만약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였다면 당연히 엽서를 썼을 거다. 나는 해외 여행을 하면 꼭 엽서를 써서 한국 우리 집으로 보낸다. 한국에 돌아와 과거의 나에게서 받는 엽서는 특별한 의미와 추억을 준다. 또 한가지, 나라마다 매그넛을 사서 현관문에 붙여두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매번 하는 이 두 가지를 할 수 없다. 아니,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은 어느 정도 모아서 한국으로 붙이면 된다고 사자고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번 여행의 의미가 단순히 관광의 의미가 아니고 나에게는 조금 무거운 것이라서 이 마음을 그냥 이곳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짐을 가볍게 해야하는 장기여행에서 작은 것이라도 짐을 더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단기 여행을 한다면 이렇게 한쪽에 마련된 전화부스 같은 곳에서 미래의 나 자신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보기를 꼭 추천한다. 고민이 있다면 함께. 돌아가 읽어보면 웃음이 날 수도 있으니까.

호치민 둘째 날에는 전쟁기념관만 가기로 했다. 어느 때부터 세계 유명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여타 박물관은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다녀온 후로 기억나는게 별로 없어서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박물관은 남편도 나도 가봐야되지 않을까 하는 곳이였다. 다른 나라 박물관에 비하면 정말 열악한 시설이였지만 전시된 사진들은 어느 곳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전시물을 보는 내내 사진 속의 인물들이 한국인들처럼 느껴져서 더 그랬다. 특히 미국인으로 보이는 노부부가 '가장 부끄러워운 역사'가 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그런 곳이 바다 건너에도 있는데...' 말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보기 흉칙한 사진일지라도 박물관을 세워 보존해야 하는 이유일거다. 자꾸 보면서 반성하고 전쟁이 모두에게 지옥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런데 전시실에서 어떤 젊은 여인 두 명이 끔찍한 사진 앞에 앉아서 설정을 하고 인증샷을 찍는 걸 봤다. 개념없는 행동은 화를 부른다.  남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저런 사진을 찍고 싶을까? 남편과 나는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나라 사람이였다면 분명 한 개념한다는 남편이 다들리게 한 소리 했을텐데....


관람 후에 숙소로 돌아가 오후 내내 휴식을 취했다. 내일 새로운 나라에 적응해야하니까 충전!
굿바이~ 베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