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칠레 . 아르헨티나

[D394,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토레스 델 파이네 O트레킹(서킷) 1일차

JaneRyu 2019. 4. 5. 13:54

2.23

Welcome House(Central) ~ Seron 13km, 5시간, (Seron 캠프 : 2인 3만 페소)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는데 같은 방에 있었던 여행자와 함께 가게 됐다. 붙임성이 매우 좋은 청년이었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던 토레스 날씨 정보지를 건네주면서, 산장 리셉션마다 날씨 정보가 있으니 구름양과 강수량 등을 체크하면 요긴하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실제로 나중에 딕슨 산장에서 하루 쉬어 가는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이런 날씨 정보 덕분이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

푸에르토 나탈레스 터미널에서 7시 15분 버스를 타니 9시쯤 국립공원 안내소에 도착했다. 이미 전날 티켓 구매와 비디오 시청을 마친 우리도 똑같이 줄을 서야 했다. 줄을 서고 있자니 직원이 와서 티켓이 있는 사람들만 표를 걷어 갔고 우린 곧장 센트럴까지(7km, 걸어서 한 시간 소요) 가는 셔틀버스(편도 3000페소)를 탔다.

입구에서 보이던 삼봉

센트럴 가는 도로

웰컴 센터에서 국립공원 입장을 위한 서류를 다시 한 번 작성하고 도장을 받으면서 예약증 확인을 했다. 중간 날짜가 빈 것 때문에 통과를 안 시켜줄까봐 넷이 엄청 쫄았으나 별 탈 없이 통과~

9시 50분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초반에 오르막이 30분 정도 있었는데 힘든 경사는 아니었다.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오른편으로 막힘없이 펼쳐지는 시원스런 구릉지가 너무 멋져서 힘든 줄 몰랐다. 설산이 보이기 시작하니 풍경은 더 그럴싸해졌다.

원래 재희와 호진이는 한 번 시작하면 트레킹 내내 많이 먹지도 않고 쉬는 시간 없이 걷는데 첫 날이라 우리와 보조를 맞춰주느라 함께 걸었다. 다함께 걸으니 사진도 찍고 좋다~ 근데 점점 힘들어져서 나중엔 대화를 많이 하진 못했다. 그래도 첫 날이라 아직 쌩쌩하고 농담도 많이 하는 여유가 있었다.

점심 먹은 전망대

코스 대부분은 평지였는데 물이 고인 곳이나 개천이 많아 등산스틱과 고어텍스 트레킹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걱정됐던 가방 무게도 점점 적응이 돼서 생각보다 엄청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무게 분산이 잘 되는 가방이라 도움이 된 것 같다. 거기에 무릎 보호대도 한 몫 했다.

12시쯤 됐을 때 전망대 같은 곳이 나오고 트레커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고 있길래 우리도 동참했다. 이 날 점심은 삶은 계란 3개씩~

한 시간마다 쉬면서 걷기를 반복, 드디어 5시간 만에 산장에 도착했다. 넓은 초원에 자리 잡은 캠핑장 뷰가 괜찮았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성별로 하나씩 마련돼 있고 식당이라 하기 민망한 천막 안에 테이블이 몇 개 있었다. 데크 사이에 최대한 평평한 잔디밭을 찾아 텐트를 쳤다.

첫 저녁식사는 야심차게 준비한 제육볶음. 유난히 맛있었다. 호진과 남편은 아무리 가방이 무거워도 술은 포기할 수 없다며 사수한 위스키를 병째로 고이 짊어지고 왔었다. 제육볶음에 곁들여 한 잔씩 마시더니 세상 행복한 표정들이다. 나는 전날 걱정돼서 잠을 설치기도 했고 처음으로 무거운 가방을 메고 5시간이나 걸었더니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7시도 되기 전에 일찌감치 자러 들어갔다. 셋은 술기운 덕분인지, 좋은 풍경 덕분인지 기분 좋게 와인을 좀 더 마시고 한참 수다를 떨다가 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