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 베트남, 사파] 안개도시
[사파정보]
- 1월 28일 현재 매우 추움(경량패딩과 내복 겨울 옷을 껴입어도 가게나 숙소에 히터가 따로 없어서 더 추운 것 같음). 다음 주부터 풀린다고 함.
- 안개가 너무 짙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트레킹이나 깟깟마을은 가지 못했음. 우리처럼 시간이 많은 장기여행자가 아니면 날씨를 꼭 확인하고 오기 바람.
- 깟깟마을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걸어갈 만한데 올라갈 때는 택시 탐(8만동), 오토바이 6만동.
새벽 6시 반쯤 버스가 멈춰섰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휴게소에 도착했을거라 생각하고 허리 좀 펴려고 내렸는데 왠지 이상했다. 전통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물건을 팔고 다른 버스들이 많이 서있었다. 7시쯤 되자 그제야 버스 안에 불이 켜지고 노래가 나왔다.
우선 숙소에서 짐을 풀고 10시까지 잤다. 1월 말의 사파는 느~므 추웠다. 방엔 히터도 없어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정신 차리고 나가 보자~~~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아점을 먹었다. 볶음밥에 꼬치구이. 꼬치는 내가 고르는대로 구워준다.
베트남엔 노스페이스가 대유행인가 보다 어딜가나 옷가게마다 다른 브랜드는 보기 힘들 정도.
사파는 트레킹이 유명한데 안개가 자욱한데 트레킹은 무슨~ 깟깟 마을에 가다보면 안개가 좀 가시려나.... 했는데 개뿔~ 점점 더 짙어진다. 가는 길에 동네 꼬맹이 삼총사를 만났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걸어가는 폼이 너무 귀여워 'HELLO~ This way, 깟깟?' 말을 걸어봤다. 부끄러워 대답도 않고 씨~익 웃기만 한다. 귀여운 것들~ ^^
깟깟마을 입구 바로 앞에서 우선 한 발 후퇴. 이런 안개 속에서는 내 발만 쳐다보다 나올 것 같아 우선 안개가 걷힐지 카페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바로 앞에 미술품으로 꾸며놓은 독특한 카페가 있어 들어가봤다. 안개가 끼긴 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몽환적이고 왠지 딴세상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우리 부부의 여행신념은 '비가 와도 고고~'다. 장대같은 비가 아닌 이상 가보면 평소에 볼 수 없는 또다른 분위기의 풍경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비가 걷히면서 생기는 멋진 운무나 환상적인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는 개뿔.... 다음 날까지 칠흑같은 안개는 걷힐 줄 몰랐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선 내일을 기대하며 시내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ㅋㅋ
음식점과 카페가 모여 있는 시내에는 광장과 교회가 있다. 교회 앞에서 소수민족인 듯한 사람들이 작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두 꼬마 아이가 예쁜 전통복을 입고 앉아서 한 아이는 우유를 너무 맛있게 먹고, 한 아이는 자기 다리에 뽀루지를 짜는지 심취해 있는 모습이 너무 깜찍해서 사진을 안찍을 수가 없었다.
교회 왼쪽으로는 음식점이 나란히 줄 지은 거리가 있는데 중앙에 어울리지 않게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 그 앞에는 새를 파는 장사꾼들이 열 댓명 정도 있고 깜찍하고 예쁜 새들을 나무로 만든 새장에 넣어 팔고 있었다. 그 새들과 깔끔한 정원, 그리고 짙은 안개... 마치 여기가 동화 속 비밀의 화원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오묘했다.
시내 한 쪽에는 수공예로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색감이 정말 톡톡 튀었다.
우리의 사파 관광은 이것이 전부였다. 다음 날은 안개가 더 짙어져 오히려 비가 온다고 말해야 될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추워서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한국에서 날씨 검색을 했을 때는 우리 나라 늦가을 정도일거라 했는데 와보니 흐린 날이 계속 되고 비가 오니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그리고 대부분의 숙소나 카페에는 우리 나라처럼 난방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 날씨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결정지을 텐데 각오하라는 의미인가? 베트남 온지 5일동안 한 일이 거의 전무하다. '느리게 다니기'는 우리가 택한 여행 방식이긴 하지만 날씨 때문에 며칠을 날리게 된다면 불평없이 받아들일 마음을 가져야하겠다... 앞으로 귀촌이나 귀농을 하게 되면 이런 일은 다반사일테니... 마음의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