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페루

[D347~348, 페루, 와라즈] 힘들인 만큼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69호수 트레킹

JaneRyu 2019. 4. 4. 23:23

[세계여행/페루] - [D345~346, 페루, 와라즈] 파론호수 트레킹(Laguna Paron)

1.7~1.8

 

[와라즈 정보]

-69호수 트레킹 : 1인 35솔(아킬포 투숙자 5솔 할인), 입장료 30솔, 교통+가이드, 아침식사 사먹는 레스토랑 들림(점심 포장 가능), 점심식사/물/간식 준비, 따뜻한 옷과 우비, 새벽 5시 출발 ~ 오후 6시 도착, 자세한 사항은 포스티 참고

-와라즈~리마 이동 : Linea 버스 70솔, 8시간 소요


 

블로그에 힘들다고 소문 자자한 69호수 트레킹. 얼마 전까지도 펄펄 날던 남편이 요즘 체력이 뚝 떨어져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고산 트레킹은 누가 더 잘 버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새벽 5시에 버스 픽업이 와서 숙소마다 돌고 나니 한 차가 꽉 찼다. 2시간 정도 달려 아침식사를 할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경량 패딩을 입을 정도의 날씨였는데 레스토랑은 오픈식이다. 간단하게 계란 들어간 빵과 코카차를 먹었다. 재희네는 트레킹 할 땐 간단히 먹는다며 바나나와 코카차만 마셨는데도 산에서 날라다니더라... 꼴랑 몇 살 차인데 젊어서 그런가...ㅋㅋ

Female lake

국립공원에 가기 전 호수에 잠시 들려 사진 찍는 시간이 있었다. 빛깔은 당연 민트 빛. Paper Tree 기둥과 색이 대조되니 분위기가 신비하다.

국립공원에 도착해서도 한참 올라갔는데 아랫 동네 산과는 차원이 다른 돌산들이 벽처럼 양 옆으로 서있다. 1000미터 대 산들을 넘어 3000미터 대 산들이 솟아 있어서 마치 다른 세계로 올라가는 듯하다.

국립공원 내 풍경

트레킹 시작점에 도착. 분위기 묘한 Paper Tree들을 지나면 소들이 풀을 뜯는 평원이 나온다. 다행히 날씨가 좋다~ 눈 두는 곳은 모두 푸릇푸릇~ 초원을 가로지르는 개천이 넘 맑다.

트레킹 시작점

첫 구간, 1시간은 평지

초반 1시간 가량은 평지 아니면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걸었다. 근데 보폭 짧은 나는 따라가느라 조금씩 숨이 찼다.

 

 

초반엔 넷이 함께!

1시간 이후부터는 슬슬 오르막 시작. 가파른 건 아니다. 3천 미터가 넘으니 숨이 빨리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서 자주 쉬어야했다. 힘든데도 보이는 풍경은 자꾸 사진기를 꺼내게 했다. 폭포가 여기저기서 떨어지고 위쪽은 설산에, 발아래는 까마득한 계곡과 초원. 내 평생 잊혀지지 않을 멋진 산들은 이번 여행에서 원 없이 보는 것 같다.

중반부터 그룹 내 속도가 달라지기 시작해서 재희네와 떨어진지 꽤 됐고, 결국 나이 순으로 50대 부부가 마지막, 그 앞이 우리였다. ㅋㅋ 1시간 동안 계속된 오르막 막바지는 정말 힘들었다.

합성사진 마냥 보이는 뒷 설산

다 오르고 나니 작은 호수가 나타나고 평원이 시작됐다. 이 곳이 마치 뒤로 펼쳐지는 평원의 문처럼 구름이 계속 흘러 들어와 신기한 분위기를 풍겼다.

2시간 후에 만나는 작은 호수, 뒤로 구름이 흐르는 문이 된다

남편은 여기가 끝인 줄 알았단다. 호수까지 총 트레킹 시간은 3시간이고 여기까진 2시간 걸렸으니 앞으로도 1시간이 남았다. 호수 앞에서 초코바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

20분 가량 평지를 걷는데 우리 앞엔 또 높은 설산들이 늘어서 있다. 설마설마 하면서 가이드에게 얼만큼 가야하냐고 물으니 우리 앞의 산을 가리키며, “저 산위가 호수야! 1시간 남았어!” 남편은 절망했다. ^^;;

작은 호수를 지나면 나오는 평지 구간, 앞에 보이는 산 높이를 올라야한다

어떻게 저 높은 곳을 40분 만에 오르지? 했는데 정말 40분이 걸렸다. 진짜루 경사가 가파른 건 아니다. 다만 힘이 들 뿐. ㅋㅋ 20발자국 가다가 쉬고, 10발자국 가다 쉬고, 나중엔 5발자국...

마지막 오르막 구간에서 바라보는 풍경

마지막엔 남편이 고산증세가 와서 머리가 저리다며 계속 뒤쳐졌다. 근데 의외로 나는 힘들지만, 페이스를 찾아서 짧은 보폭으로 조금씩 오르니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를 만 했다. 막바지엔 내 의지로 걷는 게 아니라 발이 움직여 오르는 느낌. 남편 옆엔 가이드가 있으니 움직일 수 있을 때 오르자 싶어서 앞서 갔다.

고산증이 와서 포기할까 생각했다는 마지막 오르막 구간

마지막 오르막! 힘을 내!

호수가 보이기 직전 평지 구간

호수가 보이는 몇 미터 앞에서 오르막은 끝났고 뒤를 돌아보니 남편이 머리를 푹 수그리고 앉아 있다. 이 때 포기할까 생각했단다. 진짜 다왔다고 소리를 지르니 다시 조금씩 올라 결국 완주! 30분이나 먼저 도착한 재희와 호진을 보자마자 두 팔을 번쩍, 만세!를 외친다. ㅋㅋ

드디어 보이는 69호수!

조금씩 보이는 호수 물빛이 아름답다! 파론호수 보다 더 예쁜 색을 띄고 있다. 뒤로는 설산으로 병풍이 쳐져 있고 눈이 녹은 물이 폭포가 돼서 호수로 흐른다. 그동안 아름답다는 산은 많이 다녔는데 이렇게 높은 지대에 형성된 에메랄드 호수와 바로 뒤 설산 풍경은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힘들게 내 발로 올라 맞이한 풍경이라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진기로는 담기지 않는 풍경

비가 조금씩 왔지만 다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조금도 굴하지 않고 사진 찍고, 간식 먹고 쉬면서 풍경을 만끽했다. 우리도 넷이 함께 인증샷! 날다람쥐 마냥 오르던 둘은 힘 하나 안 든 표정이다. ^^;; 우리도 꼴찌였지만 딱 제시간에 맞게 올랐으니 나쁜 체력은 아닌 듯.

 

 

30분 먼저 도착한 재희&호진

간식 타임!

빗줄기가 굵어져서 하산하려는데 넘 아쉽다. 조금 기다리면 또 해가 뜰지 모르는데... 하루 종일 구름이 꼈다, 해가 났다를 반복했는데 내려오면서 진짜 해가 다시 쨍해져서 엄청 아쉬웠다. 좀만 더 있다 내려 올 걸~

하산에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말 한 번을 안 쉬고 내려왔다. 내려가면서 풍경도 보고 천천히 가고 싶었는데 가이드가 옆에 딱 붙어서 눈치를 주니 쉴 틈이 없다. 내려가면서 일명, ‘panoramic inca toilet'도 이용해 주시고~ ㅋㅋ

 

 

다른 팀은 쉬는데 우리 팀은 바로 버스로 ㅜㅜ

다들 이렇게 높이, 이렇게 멀리 걸어왔던가? 하면서, 저 멀리 개미똥 만한 크기의 버스를 보며, 설마 저기가 우리 버스 내린 데는 아니겠지? 했는데... 맞았다. ㅋㅋ

너도나도 트레킹 통 틀어 가장 힘들었다던 코스! 주차장까지 가는 오르막, 고작 10미터. 진짜 막판에 욕할 뻔 했다.

와라즈로 돌아오는 내내 비가 많이 왔다. 호수에서 잠시 비 왔던 것 빼곤 맑았으니 우기에 이만하면 날씨 운이 좋았던 편. 힘들긴 했지만 놓치면 아까울 트레킹이었다. 나중에 많이 웃게 될 추억이 됐다.

주차장 오르는 길에 보이던 Male Lake

저녁으로 전날 갔던 Carbon Dorado에서 뜨끈한 국수 한 사발씩! 진짜 꿀맛!

Carbon Dorado의 닭국수

와라즈는 트레킹의 성지라 요기조기 다 가보고, 재희네가 했던 2박 3일 산타크루즈도 가보고 싶었는데 69호수 다녀오고 모두 접었다. ㅋㅋ 재희네는 운 좋게 며칠 완벽한 날씨에서 트레킹을 했지만 산타크루즈 하는 둘째 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위험하다고 하루 일정을 취소했던 터라 체력 딸리는 우리에겐 무리라고 판단했다. 나중에 다시 와 볼 기회가 있을거라 믿고 이번 여행에선 여기까지~ 내일은 리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