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콜롬비아

[D328~330, 콜롬비아, 살렌토] 평화로운 야자수 트레킹, 코코라밸리 트레킹 Cocora Valley

JaneRyu 2019. 4. 3. 15:25

12.19~12.21

 

[살렌토 정보]

- 메데진~살렌토 이동 : 작은 버스지만 화장실 있음, 공사구간 많아 지체되어 10시간 소요, 멀미약 필수

- 살렌토 코코라밸리 트레킹 : 성당 앞 광장에서 8시 30분부터 1시간마다 지프 있음, 마지막 돌아오는 지프는 6시, 1인 왕복 지프 8000페소, 코코라밸리 입장료 1인 5000페소(두번 냄), 총 5시간 소요(포스팅 참고)


 

 


정 떨어진 메데진에서 오전 8시 50분 버스를 타고 살렌토로 이동했다. 지금까지 가장 힘든 버스 이동이었다. 높은 산을 몇 개를 넘었는지 모른다. 탄지 얼마 안돼서 멀미약을 먹고 바깥 풍경이 예쁘던지 말던지 사진 찍을 마음도 들지 않았다. 가장 뒷좌석이라 자리도 좁고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아서 꽂꽂히 앉아 10시간을 가자니 거의 미칠 지경. 7시간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공사구간이 많아서 지체되는 바람에 거의 10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살렌토는 역시 작은 마을. 버스 터미널은 작아도 아담하니 예뻤다. 숙소 주인은 영어도 매우 유창하고 빠른 시간 안에 중요한 정보를 모두 알려줬다. 공용으로 쓰는 아파트도 넓고 깔끔해서 좋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장도 볼 겸 마을을 잠깐 돌았는데 마치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미니 버전 같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온통 환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오후에 비 예고가 있어서 지금이 아니면 사진 찍을 새가 없을 것 같아 잠깐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다른 곳은 제쳐두고 전망대 가보기. 우연히 발견한 표지판을 따라 올랐는데 경치가 넘 아름답다! 맑은 날씨 덕에 멀리 산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초록초록 산을 보니 마음도 평온해진다.

둘째 날 원래 계획은 커피 농장 체험이었는데 블로그를 찾아보니 발리 루왁커피 농장에서 짧은 코스로 체험해본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계속 스트레스 받으며 쉬는 날 없이 이동만 했더니 몸상태가 별로라 트레킹을 위해 하루 쉬는게 좋을 것 같았다.

 

마을을 슬슬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고 카페 가서 콜롬비아 커피도 한 잔~ 아이러니하게도 콜롬비아 맛 좋은 커피는 죄다 수출해서 국내에선 맛있는 커피 찾기가 쉽지 않단다. 우리가 마신 커피도 대부분 신맛이 많이 나서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차라리 마켓에서 산 인스턴트 드립커피가 나았다. 오후 대부분은 밀린 블로그 올리면서 휴식.

 

 

셋째 날은 코코라밸리 트레킹. 오랜만에 몸을 풀겠다. 남미 여행을 시작한 후로 트레킹 다운 트레킹을 한 적이 없다. 물놀이가 운동은 되지만 산을 좋아하는 나는 트레킹이 더 좋다.

8시에 광장에 도착해서 표를 샀는데 인원이 모이니 운행시간 전인데 출발했다. 매달린 사람들까지 10명은 탄 것 같다. 25분 정도 산길을 달려 정류장에 도착. 입구에서 표를 사는게 아니라 걷다 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지도의 4번 부터 가면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오르막이 덜 힘들다.

대부분은 평지를 시작으로 오른쪽 길,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뷰포인트를 나중에 보게 되는 코스로 간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돌기로 했다. 오후에 비 예고가 있어서 전망대를 좋은 날씨에 보고 싶은 이유도 있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처음엔 산책길이지만 나중에 오르막 경사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많이 가는 코스다. 우리는 그냥 직진. 얼마 안 가서 매표소 같은 곳이 나오고 1인 3000페소. 티켓 같은 건 없다.

초반부터 풍경이 넘 예쁘다. 예쁘게 깎아 놓은 산등성이에 이쑤시게를 꽂아 놓은 듯 야자수가 듬성듬성 서 있다. 마치 동남아시아 어딘가 있는 것 같다.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예쁜 풍경을 보면서 걷다 보니 전망대가 나온다.

 

첫 번째 전망대보다 두 번째 전망대가 더 볼만하다. 이 곳에서 한참 앉아서 땀도 식힐 겸 풍경 감상. 조금 있자니 구름이 빠르게 밀려든다. 맑은 날씨의 풍경도 좋았지만 구름이 흐르는 풍경도 멋지다.

 

 

전망대에 개 한 마리가 앉아 쉬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시 걷기 시작하고 뒤늦게 우리를 따라 왔다.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굳이 우리 앞을 걸으며 길을 안내 한다. 제 갈길 가는 거겠거니 했는데 가다가 우리가 뒤처지면 기다리고 남편이 휘파람을 불면 돌아보면서 기다려준다. ‘얼큰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한 참을 함께 걸었다.

 

1시간 반 정도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가 소나무숲이 보이자 평지가 시작됐다. 그러니 얼큰이가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자기 집에라도 갔나 싶을 쯤 정말 오두막 하나가 나왔다. 마당에 꽃을 예쁘게 심은 아기자기한 산 속 오두막. 커피라도 한 잔 하면 딱 좋을 각인데 그냥 가정집이다. 우리가 나타나자 마중이라도 하듯이 얼큰이가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매일 전망대에 놀러 나갔다가 자기 맘에 드는 관광객을 골라 자기 집 쪽으로 안내하는게 일과인가 보다. 자기 집에 도착하니 그 뒤론 휘파람을 불어도 요지부동. 똑똑하네~

 

이 오두막 집이 정점이었다. 이 곳부터는 계속 내리막. 듣던 대로 경사가 쉽진 않겠다. 게다가 자갈길과 진흙길이니 걷기도 힘들다.

산을 다 내려와서 삼거리 같은 곳이 나오는데 빨간 화살표 쪽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는 코스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화살표 쪽으로 가지 않고 남은 다른 길로 내려갔다. 그러면 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나머지 코스는 계속 계곡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어설프게 지어진 흔들다리도 네, 다섯 번 건넜다. 우리 나라 계곡처럼 맑은 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원스럽게 흐른다. 진흙길과 자갈길 위를 말똥을 피하면서 걷자니 정말 힘들었다. 3시간이 지나니 다리가 풀린다.

 

 

다행히 마지막 40분 가량은 다시 평지로 나와 야자수와 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었다. 쉬면서 풍경도 보고 싶었는데 딱히 쉴만한 곳이 없다. 거의 마지막 쯤에 다시 돈을 내는 곳이 나온다. 왜 돈을 또 내냐니까 두 길이 다른 소유지인지 어쩐지 알아들을 수 없다. 다시 2000페소 납입. 마지막 짧은 오르막을 지나면 처음 만난 갈래길이 나오고 지프 정류장.

산뜻하게 4시간 만에 끝났다. 카페에서 차 한 잔하고 곧장 지프를 타고 돌아왔다.

한참 트레킹한 후에도 오후 2시라니. 오늘 걸은 거리가 11킬로란다. 대단~

초반에 우리도 걸었던 길이 맞은편에 보인다

오후에 안개가 가득해졌다

네팔도 다녀오고 유럽에서 온갖 좋다는 트레킹 코스를 다녀서 그런지 크게 감동적인 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탁 트인 산 풍경 보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일은 다시 에콰도르 키토로 1박 2일의 버스 이동이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주말이라 버스자리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지만 우선 부딪혀 보기로 했다. 직행 버스가 없으면 둘러둘러 가더라도 콜롬비아 국경을 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