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쿠바

[D315~316, 쿠바, 트리니다드] 함께 하는 여행에서 다시 둘만의 여행으로

JaneRyu 2019. 4. 3. 14:42

12.6~12.7

 

[트리니다드 정보]

-트리니다드~아바나 이동 : 택시 1인 25쿡(비아술과 동일)

-트리니다드~까요 산타마리아 이동 : 비아술 1인 20쿡, 예약 호텔에 내려 줌.


트리니다드 셋째 날은 전날의 데자뷰였다. 같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다른 건 카페에서 다른 두 분이 합석한 것.

아바나에서 히론으로 이동하는 날 인스타로 알고 있었던 커플 여행자분이 쿠바로 들어오신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전날 우연히 여행사 사무실에서 만나게 됐다. 쿠바에서는 신기하게 우연한 만남의 연속! 히론은 건너뛰고 트리니다드에 오셨는데 여행사에서 딱! 마주치다니~ 이후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게 됐다. 인터넷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좁디 좁은 쿠바~ 둘째 날은 이것도 인연이라고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우리 잘못으로 약간 어긋나 점심을 함께 먹지 못했다. 그래도 ‘커피 맛집’에서 만날 수 있겠지 막연한 생각으로 갔는데 진짜 만나게 됐다. 항상 느끼지만 비슷한 부부세계여행자들을 만나면 얘기도 잘 통하고 즐겁다~

 

 

    맵스미 '커피 맛집'은 정말 커피 맛집이었다

 

다음 일정인 미국에 가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남은 양념들을 넘겨주셨다. 게다가 안 입는 새 옷까지 넘겨주셨는데 남미 트레킹할 때 꼭 필요한 따뜻한 아웃도어 티였다. 한국인의 정이란~ 쿠바 다음이 보고타인 우리는 한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코스타리카로 가는 은주한테 대부분 넘기고 우리는 귀한 옷과 약간의 양념을 얻었다. 인친이긴 하지만 직접 만난 건 하루 뿐인데 이렇게 아낌없이 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우리도 나중에 또 다른 분께 나누면 이 감사함을 갚을 수 있을라나?

멕시코 산크리 호베네스 민박에서 인연이 되어 비슷한 일정으로 지금까지 한 달 넘게 함께, 잠시 동안은 따로 했는데 이제는 서로의 루트가 달라서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며칠 전부터 서로 일정을 얘기하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맞춰보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은주가 마침 생일이여서 케익 하나 살 곳 없는 쿠바이니 저녁 식사로 대신하고 아쉬운 밤을 마무리 했다. 벌써부터 둘이만 보내게 될 내일이 허전할 것 같다. 산크리 이후로 온전히 둘만 있었던 적은 정말 오랜만이라 더 그럴 것 같다. 소담소담 수다 떨고 물 좋아하는 둘과 함께 해변에 다녀서 더 재미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은주네를 배웅했다. 왠지 모르게 남미 끝나기 전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서로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면서 택시를 보냈다. 다음엔 하루 동행했던 커플 두 분까지~

트리니다드 마지막 하루는 이른 아침 이별의 후유증인지 하루 종일 방안에 쳐박혀 있었다.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허전함이 컸던 것 같다. 한 달 이상 둘만 있었던 적이 드무니 그럴 수 밖에. 밤에 잠깐 생각해보니 처음에 둘 만 있었던 여행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별 대화 없이 서로 심심하게 핸드폰만 쳐다볼 때도 있었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죽이 맞아 깔깔 대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우리가 10개월 넘게 둘 만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함께 할 누군가를 찾고 그들과 헤어지기 싫어 일정도 조금씩 조정하고. 물론 함께 한 사람들과 그 시간들이 대부분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값지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산크리에서 만난 분이 해주신 성격검사로는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

하지만 오늘부터 당분간은 둘만의 여행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내 세계여행의 목적을 다시 새겨봐야겠다. 나를 찾는 여행. 내가 주도하고 내가 선택하며 내가 책임지는. 이 나이까지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선택에 내가 없는 것 같고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자신감도 없었다고 느낀다. 이제는 뭔가를 선택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인지, 선택의 후는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마흔이 넘는 이제야 조금씩 내가 뭘 빠뜨리고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 항상 누군가가 했던 말.

“내가 주인이 되는 삶” 앞으로 잊지 말아야 할 모토. 그래도 자꾸 함께 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