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 베트남, 하노이] 바쁜 도시, 느린 여행
[정보]
- 하노이는 하루면 충분할 듯.
- 구시가지 쇼핑 거리 뒷편의 맥주거리는 비싼 편. 마가린에 구워먹는 바베큐가 1인 10만동~12만동 하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은 그저 그렇다. 현지인들은 참새구이 같은 것을 주로 먹는 듯.
- 한끼 식사는 2인 5천원~6천원 정도면 충분. 현지인들이 가는 곳은 더 쌈.
- 숙소에서 연결해주는 사파 익스프레스 슬리핑버스 예약 안 하고(비싸게 파는 줄 알고) 우린 신카페 버스를 예약했는데 조금 싸긴 했어도 시설이 좀 떨어지는 듯.
- 숙소는 호안끼엠 숙소 근처가 좋을 듯. 주변에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몰려 있고 구시가지도 가까움. 그러나 매우 번잡하고 시끄러움.
- 환전은 호수 근처에 'Vietin Bank'에서 했는데 환율 좋았음.
- 인천공항 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환전소에서 베트남 돈을 조금 환전한 것이 편했음. 환율은 좋지 않으나 하노이 공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탈 때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편함.
다른 여행자들이 베트남의 첫 인상으로 쉴 새 없이 들리는 크락션 소리를 얘기한다.
뭐 얼마나 시끄러울까 싶었는데 막상 바로 귓전에서 들리는 앙칼진 그 소리는 확실히 적응하기 힘든 소리였다. 바쁘게 어딘가로 향하는 오토바이들, 차들과는 다르게 거리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 떼우는 사람들 표정이나, 뒷사람이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느긋하게 자기 물건들을 챙기는 모습들을 보면 바쁜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꼭 똑같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면 혹여, 뭔가에 쫒기듯 바쁘게 걸어가고 항상 뭔가를 열심히 하는 한국인들이 이상하다고 한다던데 그런 내가 보기에 이들은 조금 느려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숙소에 들어와 우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짐을 줄이는 것이였다. 난 젊은 시절 배낭여행을 조금 다녔었고 짐이 그야말로 짐이 되면 얼마나 괴로운지 경험한 바가 있다. 결혼 후에 여행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배낭을 매고 다닌 적은 없어서 남편은 최대한 필요한 것들은 무조건 꾸려 넣어 여행 하루 만에 넉다운이 돼 버렸고 과감히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우선 우체국 가는 것은 내일로 미루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후안끼엠 호수로 향했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오토바이들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이 호수 주변이 아닐까 싶다. 맑은 호수물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금이나마 경적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호수 주변에서는 전통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약속한 것은 절대 관광지를 찍고 돌며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돌아다니는 여행은 하지 말자는 거였다. 나이가 나이고 장기전이니 만큼 무리는 하지 말자는 취지다. 그래서 첫날은 멀미와 가방 무게에 패닉이 됐던 남편에게 맞춰 반나절은 숙소에서 쉬고 오후 늦게 호수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돌아온 게 전부였다. 길을 가다가 절이 보이면 '여기 명소인지 몰라, 한 번 보기나 하자...' 하면서 우리만의 명소를 만들었다.
둘째 날도 역시 늦잠을 자고 아침을 해결하고 오후 2시에 우체국을 가기 위해 어슬렁 어슬렁 나섰다.
거리 분위기가 어제와 다른 점을 바로 알아차렸는데 온 도시 곳곳에서 베트남 국기와 스티커를 팔고 있었다. 처음엔 국경절인가? 싶었는데 국경절에 얼굴에 국기 모양의 스티커까지 붙이나?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온종일 궁금해 하다가 카페 종업원에게 물으니, 한국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2018AFC U-23 챔피언 쉽 결승전에 진출해 다음날 경기를 위해 응원 도구를 파는 것이란다. 한국 감독이라니 자랑스럽네... 근데 응원도구가 너무 귀엽다.. 얼굴에 붙이는 스티커라니...^^
한국에 보내려고 우체국에서 잰 남편의 짐 무게는 무려.....7kg이 넘게 나왔다. 이러니 멘붕이 오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나름 '가벼운 삶'을 모토로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벼룩시장을 이용해 안 쓰는 물건들을 팔고, 버리고 했는데 그 양이 생각보다 많았었다. 이렇게 내려놓으려 떠난 여행에서 뭐가 그리 아까워 이리도 많이 쑤셔 넣고 왔는지.... 오랜만에 남편에게 '내가 그렇게 말려도 안 듣더니... 이제 마누라 말을 좀 듣지 그래?' 신나게 놀려댔다. 남편도 잘못을 인정하는지 '사람은 자고로 직접 느껴야 해...ㅋㅋㅋ' 그래도 여행 첫날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서 느낀 걸 다행이라 해야하나? ㅋㅋ 4만 5천원 만큼의 교훈을 얻은 하루였다.
베트남에 온 지 이틀 동안 물가가 싸다고 과소비 하지 말자 했는데 저녁 식사는 구시가지 관광지구에서 호구가 되어 가장 비싼 소고기 야채 구이(만 2천원, 평소 5~6천원에 비하면 두 배도 넘는다)를 먹고 비싼 인력거(만원)까지 탔다. 먹고 나서 '아무 생각없이 저녁 밥을 너무 비싼 걸 먹었네?' 계속 후회를 하면서도 인력거 아저씨가 너무 고생이라며 5만동 깍아 놓고도 원래 부른 20만동을 다 주고 내린 우리.(15분도 안 탄 것 같다.) 우체국에서 교훈을 얻고 식당에선 다시 리셋되어 과소비에, 인력거 아저씨의 고단함까지 안타까워 한 하루 삼단 변심... 첫 여행지에서의 우리의 자세는 아직 초보자를 면하지 못했다.
셋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이 날 밤 슬리핑 버스로 사파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낮동안 할 일이 없었다. 카페에서 블러그 쓰고 여행 정보나 모으면서 죽치기로 했다. 적어도 아직까진 느리게 여행하자는 약속은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