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0~312, 쿠바, 히론] 올인클루시브 해변 Punta Perdiz, 히론 방파제의 일몰
12.1~12.3
[플라야 히론 정보]
-올인클루시브 해변 : 두 곳 중 Punta Perdiz가 더 낫다는 평이 일반적, 15쿡, 오전 8시 반~11시까지는 무료 개방이라 함, 셔틀 버스(왕복 3쿡)는 Giron Hotel에서 9시 반~10시, 뷔페 먹을만 했음, 칵테일은 주로 싱거웠음. 체험 다이빙 35쿡, 그 외 25쿡(해변가에서 걸어 들어가는 다이빙)
-가볼만한 곳 : lo coco 해변 우측 끝 방파제를 시작으로 히론 해변까지 이어지는 다리 구경하고 히론 호텔로 나오는 산책 추천
-인터넷 : 비아술 버스 정류장 건물에서 인터넷 카드를 파는 사람이 있음, 1시간 2쿡, 인터넷은 히론 호텔 앞이 더 빠름.
둘째 날은 여덞 명(은주, 두환, 주형, 진선, 한별, 원희, 나, 남편)이 함께 Punta Perdiz 올인클루시브 해변에 갔다. 히론 호텔에서 10시에 버스가 온다는데 실제로는 10시 반에 왔다. 매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도착한 해변은 바깔라르 호수 주변처럼 레스토랑을 겸하고 해변에서 썬베드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대신 점심을 12시부터 3시간 동안 맘껏 먹을 수 있고 음료가 무제한이라는 점이 다르다. 올인클루시브라는 이름 때문에 좋은 리조트 느낌인가 했는데 일반 해변 레스토랑이었다. 그래도 경치는 굿~ 물도 정말 투명해서 물고기가 다 들여다보였다. 그냥 봐도 제법 큰 물고기가 여럿 보여서 깜짝 놀랬다.
우선 미니 바 앞 나무 그늘에 썬베드 8개를 나란히 놓고 자리를 잡았다. 에메랄드 바다 빛깔 하며, 카리브해는 언제나 옳구나~ 우선 수다 좀 떨어주다가 한 명씩 스노쿨링 시작~ 칸쿤에서 사 간 구명조끼가 빛을 발할 때! 뿌듯하게 하루 종일 나눠 쓰며 열일 했다.
물고기가 좀 있겠지 기대하며 물 속을 들여다본 순간!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보여서 정말 깜놀! 물이 많이 깊지 않은데도 큰 물고기들이 떼로 다닌다.
하루 종일 본 물고기만 열거하자면, 우선 나만 알아본 도미 대짜! 학꽁치, 방어, 가자미, 복어, 성게 외에 이름 모르는 종류까지 스무가지도 넘는 것 같다. 한 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녀서 은주 말론, 밖에서 본 내 모습이 겁나 빠른 물방개 같았단다. ㅋㅋ
점심 시간이 돼서 레스토랑으로 고고~ 생각보다 음식이 괜찮았다. 치킨, 생선튀김, 고기 스튜, 밥, 샐러드, 과일 등등. 네 번은 먹은 것 같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배 꺼뜨리러 또 스노쿨링~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니 저 밑에 산호초들이 보이고 더 큰 물고기들이 몰려다닌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바로 코앞을 유유히 지나다니는가 하면 때론 오히려 다가오는데 아마 다이버들이 손님에게 보여주려고 빵을 주다보니 먹이를 주나 싶어서 몰려드는 것 같다.
한 번은 내 이마 앞 수면에 나뭇잎이 떨어지니 먹인 줄 알고 갑자기 큰 물고기 열 댓 마리가 떼로 달려들어 수면 위로 펄떡이며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눈 앞에서 지켜봤다. 그 옆에선 수면에 딱 붙은 학꽁치가 유유히 지나가고.... 어떤 곳보다 다이나믹한 스노쿨링!
물이 워낙 투명해서 바닥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가자미도 발견했다! 눈알이 180도 돌아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스노쿨링을 해본다는 주형이는 겁이 많다면서도 갈수록 멀리까지 다녀오는 걸 보니 스노쿨링의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퇴장시간은 5시인데 셔틀버스가 4시에 온다고 해서 진짜 아쉬웠다. 한 시간은 끄떡없이 더 놀 수 있는데... 음식이나 음료가 무제한이라고 해도 점심 식사 외에 다시 먹은 적은 없다. 칵테일도 술을 덜 섞는지 약간 싱겁고 배가 너무 불러서 두 번 밖에 마시지 못했다. 그래도 이만한 물놀이 장소는 없을 것 같다. 뭣보다 근래 들어 가장 재미난 스노쿨링을 한 것 같다.
숙소에 와서 어제처럼 예쁜 노을을 기대했지만 구름이 많아서 칙칙한 하늘뿐. 다 함께 우리 숙소에서 예약한 요리로 배불리 먹고 하루 마감~
다음 날은 마을이나 어슬렁거리고 가까운 해변에서 노을이나 보기로 했다. 아침은 각자 까사에서 해결하고 점심은 은주네서 비상식량으로 쟁겨둔 쌀, 조미김, 참치캔, 라면을 한 데 모아서 한식을 먹었다. 별 것 없는데 어찌나 맛나던지~ 특히 은주가 꺼낸 조미김과 주형이네가 내놓은 고추참치는 눈이 확 뜨이는 맛! ㅋㅋ
날이 너무 더워서 잠시 각자 방의 에어컨 아래서 쉬다가 일몰에 맞춰 lo coco 해변에 갔다. 해변은 아직 해초가 남아서 깨끗해 보이진 않았지만 저녁 노을은 아름다웠다. 한별씨의 팁으로 방파제가 있다는 우측으로 걸어가봤다.
우리나라처럼 짧은 둑인 줄 알았는데 꽤 길게 길이 만들어져 있고 히론 해변 앞을 막는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노을도 멋있었지만 방파제에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가 엄지 척! 파도가 한꺼번에 부딪히는게 아니라 한 방향으로 도로록 밀려드니 더 다이나믹한 풍경이 연출됐다.
파도가 다리 위로 들이칠 때마다 꺄악!꺄악! 놀라면서도 고고 기다리다 물 맞는 게 꿀잼!
정말 근사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은은한 노을은 아름답고 부서지는 파도는 짜릿하고 좋은 사람들과 유유히 바다 위를 거니는 이 여유로움... 바라건데, 한국에 돌아가서도 가능하다면 큰 수입 바라지 않고 자연에서 오는 평안함을 매일 느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싶다.
다음 날도 punta perdiz로 물놀이를 갔다. 나머지 한 곳이 별루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스노쿨링도 너무 잼있게 해서 하루 더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체험 다이빙을 해봤다. 해변에 작은 다이빙 샵이 있는데 짧은 다이빙을 할 수 있다. 30분은 서류 작성, 교육을 받고 실제 물에 있었던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바다 절벽 앞 산호초 군락까지 갔다왔는데 내가 본 것이 맞다면 생각보다 산호초가 아름답진 않았다. 인도네시아 섬에서 했을 때와 너무 비교가 됐다. 산호초도 다양하지 않고 색도 선명하지 않은 것이 건강한 바다는 아닌 것 같았다. 처음 스노쿨링 할 때는 물고기 보느라 몰랐는데 오늘 봤을 때는 바닥에 죽은 산호 조각들이 많고 바닥이 석회화 돼가는 것 같았다. 내가 본 것이 맞다면 참 슬픈 일이다. 내가 또 거기에 일조한 셈인가? 우리 나라 바다도 죽은 곳이 점점 넓어진다는데... 저렴한 듯 하지만 이미 훌륭한 바다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 만족스럽진 않았다.
히론도 이것으로 끝. 느릿느릿한 한적함이 좋았는데 벌써 4박이 끝나버렸다.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을 우연히 다시 만난 것도 추억이 됐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것도 추억이 될 것이다.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