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7~308, 쿠바, 아바나] 아름다운 모로요새의 일몰
부11.28~11.29
[아바나 정보]
- 헤밍웨이의 방 : 입장료 5쿡, 매우 작고 볼거리 적음
- 국립 미술관 : 국제관 + 쿠바관 8쿡, 국제관은 스페인관 외엔 크게 기대하지 말 것. 쿠바관은 매우 신선했음, 추천함.
- 예수상 & 모로요새 : 페리터미널(casa blanca행)에서 10모네다, 왼쪽 길로 올라가면 예수상, 다시 왼쪽길로 가면 무기 전시가 돼 있고 계속 가면 모로 요새, 돌아올 때는 버스 정류장이 터널 왼쪽 길로 톨게이트처럼 생긴 곳을 지나면 있음(A40,A83,P8,P11 등, 0.5모네다)
-인터넷 카드 : 오비스포 거리 ETECSA 매장, 1시간 1cuc, 1명의 여권으로 여러 장 구매 가능
쿠바 셋째 날, 버스 타고 도시를 봤으니 이제 속을 볼 차례. 오랜만에 갤러리를 가기로 했다. 아바나에 두 개의 큰 갤러리가 있는데 꽤 괜찮다는 평. 후에는 Castle of the Royal Force와 헤밍웨이가 지내던 방을 가보기로 했다.
분명 난 갤러리 방향으로 간 것 같은데 도착한 곳은 반대편 바다. 스페인 통치 시절 관저가 모여 있는 광장(Plaza de Arms)에 와 있다. 유럽풍 건물들이 몰려 있어 유럽에 와 있는 듯 하다. 가는 길에 삐에로 분장을 한 무리를 만나 사진 한 컷~
드라마 '남자친구' 촬영된 골목, Parque Cervantes 주변에 있음
대저택 입장료는 3쿡. 대부분 스페인 함성 모형과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지키는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길래 뭔가 낌새가 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돈을 요구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점점 쿠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대저택 입구
헤밍웨이가 11년 동안 지냈다는 Ambos Mundos Hotel. 들어가기 전 바로 앞 골목에서 앞서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공연을 하고 있다. 몇은 길다란 나무 위에 서서 자유자재로 춤을 추고, 나머지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트럼펫 부는 이가 주도하며 흥을 돋운다. 음악을 빼고는 말할 수 없는 쿠바.
헤밍웨이가 살던 방은 511호. 옛날에 쓰던 철제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1인 5쿡이나 하길래 볼게 많은가보다 했는데 기대 이하로 작다.
실제로 사용하던 침대와 옷 몇 가지, 루이뷔통 여행가방과 타자기가 다고 나머지는 민망해서 가져다 놓은 헤밍웨이 책과 명화들인데 이 명화가 실제인지는... 영미문학를 공부한 학생시절이 있어서 미문학의 한 획을 그은 위인의 방을 잠시 와봤다는데 의미를 두자면 뭐... 와볼만 했다.
국립미술관 가는 길에도 밴드가 연주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하는 기분도 좋을 것 같다.
국립 미술관 국제관을 갔는데 엄청 썰렁하다. 볼게 그렇게 없나? 싶었는데 다 보고 나니 결론은 스페인실 빼고는 그저 그랬다.
다음은 쿠바관. 규모가 훨씬 크기도 했지만 관람객도 더 많고 작품이 정말 볼만했다. 쿠바 특유의 화풍인지 원색적인 그림도 많고 남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벽화 풍의 작품이 매우 독특했다. 미국을 풍자하거나 혁명을 주제로 한 그림도 많았다. 기대 이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한 것 같다. 갤러리를 좋아한다면 추천~
저녁식사는 Wok이라는 중식당에 갔다. 요리사는 중국인이 아니지만 김밥을 제외하고 먹을만 했다. 오랜만에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좋다~ 전날 먹은 일식 Crape Sayu의 카츠동이나 생선까스도 꽤 맛있었다.
다음 날은 오후에 예수상에서 시작해서 모로 요새까지 걸어가 저녁 노을을 보고 오기로 했다. 첫날 레스토랑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사용한 후로는 인터넷 연결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점심도 해결 할 겸 오비스포 거리에 나가서 인터넷 카드를 구매했다.
식사 후 숙소 앞 공원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했더니 반갑게도 은주가 이틀 동안 메시지를 보냈다. 한달 전에 먼저 쿠바에 들어온 상곤씨랑 우연히 만나 오늘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했다고 같이 보자고. 하루 동안 연락이 없자 한 시간 전에 다시 한 번 메시지가 왔는데 다행히 우리가 약속 시간 30분 전에 메시지를 확인한 것! 조금만 늦었어도 못 만날 뻔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우리가 메시지를 못 보고 우연히 마주친 줄 알고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그리고 산크리를 시작으로 메리다에서도 만났던 상곤씨와, 함께 삼겹살 파티를 했던 친구들도 만났다. 정말 인연이란~ 오랜만에 만나니 더 반갑다~ 은주가 아바나에서 알게 됐다는 대학생들과도 통성명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 쿠바 정보 등을 나누느라 입이 바빴다. 각자 오후 일정이 달라 잠깐 밖에 보지 못했지만 또 어딘가에서 인연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헤어졌다. 당연히 은주, 두환 커플과는 같은 날 히론으로 이동하니 또 볼테고~
막간의 사건 하나! 우리는 이미 점심을 먹어서 일행이 밥을 먹는 동안 우리는 오비스포 거리에서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2라고 적혀 있어 “2쿡?”이라고 물으니 맞다고. 10쿡을 냈더니 동전으로 6쿡을 돌려줬는데 나중에 동전을 자세히 보니 모네다가 2개 섞여 있다. 이런... 다시 가서 돈을 잘못 줬다고 하니 종이 돈으로 6쿡을 준다. 나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아이스크림 값이 쿡이 아니라 모네다가 아닐까 싶어 줄을 선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2모네다라고. 아, 놔~ 이런 사기꾼들을 봤나... 우체국에 이어 이젠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열받아서 다시 찾아가 영어로 또박또박 따졌다.
길거리 상점
쿠바스러운 골목의 어느 bar
발뺌을 할 줄 알았는데 웬걸~ 또 순순히 돈을 돌려주네? 뭐지? 이 인간들은? 복불복 사기에 뭣모르는 우리가 걸려 들었나보다. 이러니 쿠바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사람들이 많은거다. 마지막에 한 마디 하고 나왔다. “Don't do that! It is not good for your country at all!!!" 귀뜸으로나 들었을라나?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숙소에서 긴팔로 갈아입고 페리 터미널로~ 거리가 가까웠지만 자전거 택시(2쿡)를 타보기로 한다. 속도는 느리고 물가에 비해 비싸지만 오늘 많이 걸어야 되니 다리 보호차원으로...
페리를 타고 건너편에서 내려 왼쪽길로 가면 예수상. 기독교인이 아니라 큰 감명은 없었지만 내려다보이는 시내 풍경이 시원스럽다. 해가 지기 전에 모로 요새에 가려고 서둘렀다. 걸을만한 거리다. 탁 트인 잔디밭 전경이 마치 포루투갈 호카곶 같다. 물론 호카곶이 훨씬 멋지지만~
요새를 들어가지 않아도 왼쪽 끝 담벼락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주 멋지다. 건너편 말레꼰 비치도 보이고 아바나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지금껏 봐온 도시 일몰보다 낫다고 할 순 없다. 포루투 철교의 보랏빛 일몰이나 화려한 부다페스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지 모른다.
그치만 이 곳이 쿠바, 아바나라는 전제가 뭔가 체면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내가 체게바라나 혁명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있냐고 묻지 마시길~ 그냥 뭔가 독특한 문화를 가진 먼 미지의 나라였을 뿐!)
모히또 한 잔과 일몰 감상
오른쪽 끝으로 가니 망망대해와 다른 편 해안을 볼 수 있었다. 한 커플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자연스럽게 모델이 돼 준 어느 커플
다시 왼쪽 끝에서 비싸지만 모히또 한 잔을 사들고 일몰 감상 준비. 구름이 많아서 노을은커녕 칙칙한 하늘만 보다 끝나나 싶었는데 해지기 직전엔 구름 아래로 해가 나와 붉은 노을을 잠시 볼 수 있었다. 시간 여유를 넉넉히 가진 덕에 모히또에 아름다운 선셋을 충분히 감상했다. 출국 전 아바나에서 남은 며칠은 말레꼰에서 노을을 봐야지~
내일부턴 다시 물놀이 시작이다. 히론 바다가 그리 좋다는데~ 세계여행 하며 물놀이는 원없이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