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2~203, 아르메니아, 예레반] PINK CITY 예레반, National Gallery, Matenadaran, Cascade Complex
8.15~8.16
[예레반 정보]
-바투미~예레반 야간 기차 : 바투미에서 3시 40분 출발 다음 날 7시 예레반 도착, 2등석 80라리, 먹을 거리 준비, 트빌리시 거쳐 감.
-지하철 : 1회 350드랍 매표소에서 토큰 구매, 역이름이 거의 안 보여서 내릴 때 주의
-버스 : 구글맵으로 검색 안됨.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사용되는 어플 없음. 버스에 경유지가 써있는데 영어가 없어서 이용하기 힘듦. 결과적으로 사용하기 매우 어려움.
-택시 : yandex, taxify 어플 사용 가능. 비용이 저렴해서 주로 이용함.
-심카드 : ucom외에 현지 이동통신사에서 구매, 1.5기가 1500드랍
-숙소 위치 : 자유광장이나 공화국 광장 쪽이 이동하기 편함. 우리 숙소는 캐스케이드 바로 옆이였는데 조식 포함 2인실 1260드랍, 친절하고 괜찮았음(Apri Hostel)
-Singing Fountains : 밤 9시에 분수대 시작
-National Gallery : 1층은 역사박물관, 2층 매표소, 일반관 1500드랍, Minas 전시 1000드랍, 영어가이드 투어 5000드랍
-Matenadaran : 고서적 연구소, 입장료 1000드랍
예레반행 기차는 오래 된 완행열차였다. 주그디디행 열차보다 더 오래 된 것 같았는데 내부가 목조라 왠지 클래식해 보였다. 2등석 아래 칸은 모두 매진돼서 우리 자리는 윗 칸이었다. 아래 칸에는 노부부가 있었는데 새벽까지 담소를 나누시는 통에 잠을 설쳤다. 출발 후 15분 쯤 지나니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해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저녁 7시까지 다운 받아 둔 드라마를 보면서 얌전히 앉아 있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져 통로에 나와 잠시 허리를 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한다. 옆에서 쳐다보니 마치 죄수가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 같다. 보이는 조지아의 시골 풍경은 티비에서 보던 북한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채색 집들이 폐허처럼 보이는데 굴뚝에선 연기가 나고 빨래가 널려져 있다. 전혀 현대적인 무언가를 찾아볼 수 없는 탓인가 보다.
[D202~203, 아르메니아, 예레반] PINK CITY 예레반, National Gallery, Matenadaran, Cascade Complex
재생 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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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때가 되니 산에 걸린 햇볕이 은은하다. 그리고 덜컹덜컹하는 느린 기차소리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방학마다 친가댁과 외가댁에 가는 무궁화호나 통일호가 딱 이런 소리였다. 이젠 우리 나라에선 들을 수 없는 이 기차소리를 먼 타국에서 듣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저녁 풍경과 완행열차 소리가 이 순간 너무나도 완벽해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동영상으로 담아두었다.
늦은 밤까지 드라마 시청은 계속 됐다. 여행하면 짬 날 때마다 책을 읽겠다고 항상 들고 다니긴 했는데 정작 펼치는 날은 많지 않다.
트빌리시를 지나 자정 쯤인가, 국경 근처에 오니 한 번은 조지아 출국 도장을 찍어주러, 한 번은 아르메니아 입국 도장을 찍어주러 차례로 역무원이 찾아와 잠을 깨운다.
다음 날 아침 7시쯤에 예레반에 도착했다. 역 안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토큰이 무슨 장난감 같이 생겼다. 열량도 3칸 밖에 되지 않고 너무 흔들려서 손잡이를 잡지 않고는 서 있을 수가 없다. 역 이름도 보기 힘들게 돼 있어서 정거장 수를 머리 속으로 세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겠다. 내릴 역에 맞게 내렸는데 남편이 노선 방향을 잘못 보는 바람에 반대로 온 줄 알고 같은 길을 세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예레반의 첫 인상은 아주 좋았다. 지인들의 말처럼 트빌보다 정돈된 도시였다. 무엇보다 건물이 대부분 핑크색 대리석이여서 깨끗해보였다. 왜 예레반을 PINK CITY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도로와 인도의 정비가 오래 된 조지아보다 훨씬 도시다웠다.
숙소는 캐스케이드 콤플렉스 바로 옆이었다. 아직 체크인 하기 이른 시간이라 짐만 두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무엇보다 예레반이 마음에 든 건 음식이었다. 트빌에서는 외식을 자주 하지 않아서 비교하긴 불공평한 면이 있지만 예레반 이틀 동안 먹은 음식이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덜 짜다는 것. 동양 음식점이 많아서 선택의 폭도 넓었다.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3시간이나 낮잠을 잤다. 다음 날까지 여독이 덜 풀린 걸 보면 흔들리는 기차에서 잔다는 건 역시 힘든 일이었다.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중식당(일식 메뉴도 있었다)에 갔는데 메뉴판을 보더니 남편이 흥분해서 뭘 시켜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볶음밥, 치킨요리, 스시를 시켰는데 6개월 만에 먹은 톡 쏘는 와사비에 우리 둘 다 뭔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ㅋㅋ
두둑히 배를 불리고 분수대가 있는 공화국 광장으로 갔다. 점점 더 예레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지인들이 왜 트빌보다 예레반이 좋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도시 곳곳에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골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원 안 어디든 야외 카페가 있고 길에는 쓰레기도 거의 없이 깨끗했다.
계획된 도시 다운 면은 예레반이 트빌리시보다 앞선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아제르바이젠의 바쿠는 예레반 보다 더 위라니 못 가보는 것이 매우 아쉽다. 다른 두 나라보다 조지아에 더 한국인이 많은 이유는 아마 티비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리고 메스티아와 카즈베기 같은 자연 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공화국 광장에 도착하니 핑크 도시의 품격은 더 높아진다.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이 기품 있게 서 있고 중앙의 분수대는 안정감을 준다. 무엇보다 저녁 노을 색과 분홍 대리석이 잘 어울려서 도시 분위기를 더 업시켜 주는 것 같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좋다.
야경을 보기엔 이른 시간이라 다른 날을 기약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유광장으로 이어지는 긴 쇼핑거리를 지났는데 밤이라 사람들로 북적이고 핑크 건물의 조명 덕에 낮보다 더 화려해 보였다. 점점 더 예레반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은 좀 더 관광모드를 높여 보기로 했다. 캐스케이드 콤플렉스 내부의 에스컬레이터로 올라 외부로 내려왔다. 재미있는 조각들이 많았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시내 전망도 시원스럽다.
캐스케이드를 내려오다가 왼쪽에 난 작은 길로 Matenadaran으로 향했다. 고문서 연구소라는데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마테나다란 바로 뒤편은 아르메니아 어머니상이 있는 빅토리 공원인데 이어지는 길이 없고 많이 돌아가야 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
다음 방문지는 내셔널 갤러리. 1층은 역사 박물관이고 2층부터 시작된다. 전시되는 작품 수는 많은데 관리가 소홀한 것에 좀 놀랐다. 그동안 들어오던 화가들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내 느낌으로) 고흐나 모네, 클림트와 비슷한 화풍의 작품들이 있어서 볼수록 빠져들었다. 아마 러시아나 이 지역에선 유명한데 내가 모르는 화가들의 작품일거라는 생각. 무지하니 관광할 땐 손해가 많다.
3층은 특별 전시로 Marina 화가 전시회가 있었는데 아르메니아의 명예 화가로 추앙받는 작가로 매우 강한 색감을 사용하는 화풍을 가졌다. 남편은 어린 애가 그린 것 같다며 자기도 그릴 수 있다나...
확실히 트레킹보다 도시를 걸어다니는 게 훨씬 피곤한 일이다. 둘 다 매우 피곤해져서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로 숙소 옆의 일식당에 갔는데 간단히 라면만 먹기로 다짐을 했으나 메뉴판을 보고 또 눈이 뒤집혔다. 비싼 세트메뉴 먹고 내일부터 허리때 졸라 매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