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조지아

[D190~191, 조지아, 메스티아] 메스티아 야간열차 이동

JaneRyu 2019. 3. 31. 14:22

8.3~8.4
[메스티아 야간열차 정보]
-트빌리시~메스티아 이동 : 트빌리시~주그디디 야간열차(22라리) + 주그디디~메스티아 마슈로카(20라리)
-야간열차 예매 : Georgia Railway에서는 열차 시간만 확인 가능함. Station Square역 3층에서 티켓 구매. 8월은 성수기라 1등석이 빨리 매진됨. 2등석 21라리.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거나 무인기계에서도 구매 가능. 무인기계는 거스름돈 못 받음. 열차 안에서 씻을 수 없으므로 기차역 화장실에서 씻어야 함. 열차 화장실 매우 안 좋음.
-야간열차와 주그디디 마슈로카 정보는 글로 대신함.




     
다음 날, 결국은 폰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주그디디행 야간 열차를 타기 위해 넉넉잡고 오후 3시에는 트빌리시행 마슈로카를 타야하는데 그 때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했을 때는 자기도 일을 끝내야 갈 수 있다고 전화를 한다는데 2만원짜리 중고폰 받자고 다음 일정을 줄줄이 엮을 수가 없었다. 작은 돈에 매달리다 더 큰 손해를 본 경험이 수두룩 빽빽. 때론 과감해져야한다. 어차피 핸드폰은 하나 더 있으니...

카즈베기에서 넘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

치킨수프

그릴 치킨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버스 시간표는 있지만 버스터비널에서 지켜보자니 제시간에 맞춰 가지 않는 듯 했다. 오후 2시 이후에는 3시 반 버스가 있는데 우리가 2시 반쯤 터미널에 나가니 두 자리가 남은 버스가 마냥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가 마지막 자리를 메꾸고 나서도 20분이나 정차해 있다가 3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그러니 버스 시간만 믿고 폰 받으려고 막차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6시보다 늦게 출발하게 된다면 야간 기차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빌리시 기차역 푸드코트

마슈로카는 처음 탔는데 창문이 적어서 에어컨이 나오는 차인가보다 했는데 웬걸~ 3시간 동안 작은 창문 몇 개에서 들어오는 바람으로 가게 됐다. 그나마 카즈베기는 고산지대라 시원했는데 나머지 절반은 땀 흘리며 가야했다. 중간에 비가 왔는데 운전석 창문을 닫지 않아서 중간 좌석에 앉아서 빗물을 맞는 신나는 경험을 했다. ^^;; 
트빌리시 터미널에 도착하니 남편이 그 남자에게 전화가 왔는데 안 받았다고 한다. 남편은 분명 돌려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막상 전화가 오니 김빠진 목소리였다. ㅡㅡ;; 마음을 비웠으니 다시 전화할 생각은 접어 두었다. 
곧장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3층 티켓 예매소 위에는 뷔페식 푸드코트가 있는데 에어컨도 빵빵하고 몇 시간 죽치기 딱 좋았다. 음식도 저렴하고 뭣보다 밥이 있었다. 난 속이 너무 좋지 않아서 디저트로 때웠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9시 45분 기차였는데 9시에 플랫폼에 나가보니 벌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차도 이미 들어와 서 있는데 들어갈 순 없었다. 20분쯤부터 타기 시작했다. 4명 타는 칸이라 아줌마 한 명과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나는 윗 좌석으로 올라갔다. 남편이 두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게 불편해서 윗 좌석과 바꿔서 우리 둘은 위 좌석에서 나란히 누워 갔다.

근데 누워 있으니 너무 흔들려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열차가 갑자기 정차하기도 하고 소음이 심해서 엄청 피곤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 숨도 못 잤을 거다. 나중에 두 사람이 새벽에 내린 후 남편은 아래 좌석으로 내려가 잤는데 훨씬 덜 흔들렸다고 한다. 처음엔 무지 덥더니 출발하고 나선 에어컨이 나와서 덥진 않았다. 나중에 다른 칸을 보니 일회용 시트를 사용한 것 같은데 무인기계에서 살 땐 그런 메뉴가 없었던 것 같은데 트빌리시로 돌아갈 땐 알아보고 구매해서 멕시코 여행 때까지 사용해야겠다.

새벽에 겨우 잠들었는데 6시쯤 직원이 문을 두드리면서 통로를 다니며 사람들을 깨웠다. 일어난 사람들 모양새가 다들 가관이다. ㅋㅋㅋ 
도착하니 추적추적 비가 왔다. 기차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서 버스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빨리 내린 덕에 큰 마슈로카를 바로 탈 수 있었다. 작은 봉고차도 있었는데 매우 불편해 보였다. 근데 나처럼 다리가 짧은 사람은 차라리 작은 봉고차가 나을 것 같다. 의자가 높아서 가는 내내 다리에 피가 안 통해서 혼났다. ㅜ.ㅜ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한 번 쉬고 곧장 출발. 대부분 모자란 잠을 자느라 정신없는데 잠깐씩 눈을 떴을 때 구불구불 계곡과 에메랄드 계곡물이 확 들어왔다.

3시간만에 메스티아 도착. 마을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카즈베기는 약간 삭막함이 있었는데 메스티아는 시골다운 포근한 느낌이었다. 집들도 목재를 많이 사용하면서 널직해서 왠지 더 넉넉해 보였다. 실제로 며칠 지내면서 느낀 바로도 사람들이 조금 더 친절하고 여유있는 것 같다. 하지만 카즈베기도 그렇고 메스티아도 트빌리시에 비해 물가가 많이 비싼 편이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폭도 좁으니 점점 에어비앤비에서 해먹은 한식이 넘 그리워졌다. 
숙소는 버스정거장 바로 옆이었다. 깔끔하고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점은 넓은 테라스가 있었는데 머무는 동안 그늘에서 산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기도 하고, 때로는 비구경 하면서 널부러져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나이에 야간열차는 힘든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20대 유럽 배낭여행 할 때 타보고 정말 오랜만이라 옛 추억이 마~악 샘솟았다.........기 보다는 잠자리가 불편했다는 게 더 크게 다가왔다. 남편은 첫 야간열차라서 새로운 경험에 재미있어 한 것 같다. 뭔가 고생을 해야 여행한 것 같다고 느끼는 남편. 앞으로 호캉스 가기는 다 글렀다.

둘 다 메스티아 도착하구선 하루 종일 숙소에서 푹 쉬기만 했다. 저녁 식사는 이 마을에서 가장 핫하다는 레스토랑 라일라에 갔다. 소문답게 테라스는 이미 꽉 찼고 실내에 몇 좌석도 우리가 앉은 후에 금방 찼다. 서비스는 별루였지만 음식은 괜찮았던 것 같다. 그 전이나 후에 먹은 음식과 비교하자면... 마늘크림소스치킨과 샐러드를 시켰는데 먹을 땐 몰랐는데 다음날 눈과 얼굴이 팅팅 부은 걸 보니 엄청 짰나보다. 
다음 날부터는 트레킹이 예정돼 있다. 도착한 날은 비가 와서 좋았는데 내일부턴 맑을 예정~ 기대된다~

아! 메스티아에 도착해서 다시 폰을 주운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여러 번 전화했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우린 이미 카즈베기를 떠나서 지금은 메스티아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음... 이제 너한테 맡길게. 우리는 카즈베기에 갈 일이 없어서 받지 못할 것 같아” “그럼 트빌리시에는 다시 안 가니?” “17일부터 22일까지 있을거야” “그래? 그럼 내 친구가 트빌리시에 있는데 그 친구에게 맡겨 놓을게. 트빌리시에 오기 삼일 전에 나한테 전화하면 그 친구 번호를 알려줄게." ”와! 그럼 난 정말 고맙지! 그럼 그 때 연락할께!! 정말 고마워!!!“ ”천만에~“ 
그동안 불친절한 레스토랑 직원들 때문에 편견이 생기려고 했는데 그래도 조지아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혹시나 받지 못하더라도 전혀 기분 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받은 거나 다름없을 만큼 호의를 받은 느낌이다. 그래도 받는다면 더 기분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