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8~130,그리스, 아테네~불가리아 구간 캠핑] 여행을 잠시 멈추다
6.1~6.4
[아테네~불가리아 구간 캠핑장 정보]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2~3시간 거리 해변 캠핑장 : Camping Interstation Stylis 1박 약 23유로(악시카드 10할인 적용), 깨끗하고 한가한 해변을 끼고 있어 좋지만 와이파이 없고 바이크 동호회가 열리는 날에는 늦게까지 바에서 밴드 연주가 계속됨.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대략 5~6시간 거리 캠핑장 : Camping Agiannis 1박 15유로(악시카드 할인 적용), 깨끗하고 넓은 수영장이 있음
마음 같아서는 아테네에서 저렴한 숙소를 잡아서 남편 허리가 나을 때까지 있고 싶었지만 워낙 인상이 좋지 않았던 아테네에서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며 2시간 정도는 운전해도 괜찮다는 남편 의견을 받아들여 불가리아 쪽으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해변 캠핑장으로 갔다.
그늘을 찾아서 텐트를 치고 우선 남편을 눕게 했다. 깨끗하고 한산한 해변을 끼고 있어서 낮에 수영을 하며 물리치료 받는 셈 치고 2박 3일간 쉬었다. 근데 문제는 이 캠핑장이 할리 데이비스 바이크 동호회 모임 장소로 이용되는 것 같았다. 있는 동안 내내 온갖 종류의 바이크 소리와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밴드 음악 소리에 좀 괴롭긴 했다. 더군다나 와이파이가 없어서 sns나 심심함을 달래줄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수가 없으니 강제 아날로그 캠핑이 돼버렸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인터넷을 벗어나 세상과 단절된 캠핑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반갑지가 않았다. 아마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라서 그럴거다.
요 며칠 동안이 여행 시작한 후로 가장 침울한 날들이었다. 일정이 빡빡하고 머무는 캠핑장이 형편없어서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가볍고 덤덤했는데 항상 함께 하며 의지하는 남편이 아프니 나까지 다운이 된다. 항상 먼저 장난치고 농담하던 남편이 조용하니 나라도 밝게 해줘야하는데... 캠핑장에 있는 내내 예전보다 대화 없이 조용히 지냈다.
2박을 한 후에 3시간 정도 더 불가리아 쪽으로 이동해서 캠핑장에 들어갔다. 숙소를 잡고 싶어도 관광지가 아닌 곳의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캠핑장을 택했다. 수영장이 깨끗하고 넓어서 한가롭게 쉬기에 좋았다. 수영하면서 허리 근육도 풀어주고 별 하는 일 없이 2박을 보냈다.
남편은 한국에 있을 때도 티비 보는 것을 좋아라 했지만 그래도 쉬는 날에는 라디오나 음악만 틀어놓고 있는 날도 많았는데 여행을 시작하면서 남편의 한국 프로그램 사랑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숙소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을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일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인터넷이 아예 안되거나 연결이 좋지 않아서 그걸 못하니 심기가 불편한 것 같다. 이틀째 되는 날에는 예전에 다운 받아 놓고 재미없어서 보지 않던 드라마를 몇 시간 동안 내리 보는 남편. 좀 서운하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안다. 어릴 때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했을 때나 런던에서 3개월 머물렀을 때, 외롭거나 향수병이 스물스물 올라올 때면 한국 친구들을 만나거나 인터넷 뉴스를 매일 찾아보곤 했었다. 아무리 내가 옆에 있다고 해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도록 내버려두려고 한다.
다행히 조금씩 허리는 호전되고 있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조금씩 이동하면서 숙소 생활을 해야겠다. 나에겐 오지 않을 것 같던 여행 권태기가 남편의 허리 통증과 함께 너무 빨리 와버렸다. 나라도 기운을 내서 침울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