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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준비 - 집은 어떻게?

JaneRyu 2019. 3. 28. 21:00

세계여행 준비 중 가장 큰 과제가 여행 경비와 살고 있는 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거다. 
다른 여행자분들의 블러그를 보니 자가인 경우 짐을 포장이사나 가족의 집에 맡겨서 전세를 주거나 월세를 받기도 하고 자가가 아닌 경우 아예 짐을 모두 처분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우리도 많이 고심했다. 지금 우리는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가족이다. 그래서 여행기간동안 월세를 받아 여행 후에 몇 달의 생활비라도 마련하고 싶었다. (전월세의 경우 집주인의 허락이 있으면 가능하다.) 처음엔 포장이사를 해서 짐을 모두 뺄까 했지만 가전이나 가구는 사람이 관리를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사와 보관비용이 만만치 않고, 아무리 포장을 잘 해도 곰팡이가 생길 것 같았다. 이미 4~10년이 넘어가는 가전들은 오랜 기간 안 쓰게 되면 아예 명을 다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중고로 팔 수도 있겠지만 장만한지 5년 안된 가구, 가전들이 많아서 돌아온 후 새로 사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월세를 들이되 우리 물건들을 모두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세입자가 사용하면서 생기는 결함을 어느 정도 감수한다면 비용면에서나 나머지 보관할 짐을 싸는데 훨씬 수월 할 것 같다. 넉넉히 여유를 두고 여행 6개월 전부터 임대 카페 등에 집을 내놓았다. 

다행히 우리 집은 지은지 3년 정도된 신축 다세대 건물이고 역세권이라 임대인을 얻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너무 일찍 내놓아서 아직 이사날이 많이 남아 있다보니 계약 직전에 취소하는 경우가 두 번 있었다.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는데 출국인 4개월 전인 추석 연휴에 갑자기 여기 저기서 연락이 와서 생각보다 쉽게 계약이 성사됐다. 우리처럼 6개월이나 일찍 집을 올리는 것보다는 3~4개월 전쯤 이사 시즌 쯤에 올리는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집을 계약할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구두약속만 하고 며칠 후에 계약서 쓰면서 계약금을 받는 등의 여유를 부리면 안된다.  계약자가 나서면 무조건 당일에 계약금을 먼저 받아서 마음이 바뀌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계약하겠다고 철썩같이 말해놓고도 다른 집을 계속 알아보기 때문에 말만 믿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최종 계약서도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하는게 좋다. 집구경을 하자마자 계약을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남겨놓을 짐들을 그대로 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분들도 계속 가구들이나 가전이 세팅된 월세에서 생활하다보니 들고 올 큰 가구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최적의 임대인이였다. 계약은 2년이라 우리가 1년 후에 한국에 돌아오면 당분간 사용할 임시 물건들(옷, 그릇 등)은 따로 박스에 담아서 같은 건물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보관하기로 했다. 실제론, 계약 기간은 우선 1년 하고 자동 1년을 연장하여 총 2년으로 하기로 했다. 여행 기간은 1년 정도 예상하지만 1년이 넘을 경우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다른 임대인을 알아보기 힘드니 2년이 안전할 것 같고, 일찍 돌아온 후에도 곧바로 지방으로 내려가 농촌에서 자리를 잡고 싶은 계획이 있어서였다. 

가장 고민거리였던 과제가 해결되고 나니 곧 떠나게 된다는 실감이 조금씩 났다. 이제 건강체크만 마지막으로 하면 첫 여행지의 항공권을 사는 것으로 진짜 스타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올해 초에 처음으로 큰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했었다. 남편은 간수치를 제외하고는 건강한 편이다. 근데 나에게서 가슴, 자궁에서 혹이 발견되고 폐에도 이상소견이 보여 6개월 후에 다시 체크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30대 중반에 갑상선에서 물혹이 나왔을 때는 별 신경쓰지 않았고 2년 후에 다시 검진했을 때는 완전히 없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40을 넘어 아무리 별거 아닌 혹이라 해도 예전보다 마음이 쓰이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나이에 여행을 가는게 맞는 걸까 고민도 됐지만 건강에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맘을 굳히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다녀와야겠구나. ^^;; 나보다 더 나이 많으신 분들도 충분히 여행하시는 분도 많으시지만 여튼 건강이 가장 받쳐줘야하는 건 불가지론이다. 

이제 남은 것들은 여행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 매일 매일 간절히 바란다. 무사히 준비를 마치고 건강하게 출발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또, 건강하게 돌아오게 해달라고...